바람의 참견시점
비현실적인 풍경이어서
가던 길 멈추고 잠시 서성였어
쿨하게 가던 길 그냥 가도 되는데
차마 그럴 수가 없었거든
할머니라고 부르기에는
젊고 곱고 우아하던 영롱 할머니가
휠체어를 타고 푸른 하늘을 바라보는
뒷모습이 한없이 고즈넉해 보여서
무심히 스쳐 지날 수가 없었어
사랑스러운 영영이 핑디와
눈물겨운 작별을 한 영롱 할머니는
안타깝고 아쉬운 마음 안고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투덜이 바람을 기다리는 중일 테지
시간의 사슬을 거슬러
강렬하게 불타오르는
빛의 문을 통과하기에는
너무도 쇠약해진 모습이어서
안타깝고 안쓰러웠어
남루한 인생이라고
낮게 중얼거리는
영롱 할머니의 목소리도
너덜너덜 고단하고
몹시 지쳐 보였어
늘 젊고 밝고 환하고
여유로운 날들일 줄 알았으나
지나고 보니 어이없고 부질없고
작고 볼품없는 시간들이었음에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후회는 없노라~고
낮지만 단호한 목소리로
천천히 말을 이었어
인생이 느리게 흐르는 강물이었으나
어느 한순간 폭포수처럼 날아올라
도무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지만
잔잔히 빛나는 은물결을 바라보며
이제 비로소 웃을 수 있노라~는
영롱 할머니의 혼잣말이
느리게 이어졌지
이제 더 이상 젊지 않고
순하게 어여쁘지도 않고
몸과 맘이 단단하지도 않아서
오래된 낡은 옷처럼 점점 더
남루해지는 느낌이라고 중얼거리는
영롱 할머니의 적막함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
두 발로 또박또박 걸을 수 있을 때
그 가벼움과 자유로움을 모르고
지팡이에 의지해 걸을 때
기댈 수 있는 지팡이의 고마움을 모르고
언제나 젊고 곱고 어여쁘리라 생각하던
그 서툴고 어설픈 오만함까지도
새삼 그립고 아쉽다고 중얼거리며
영롱 할머니가 마음을 다잡고 있어
올 때와는 다르게 휠체어에 앉아
물끄러미 강물을 바라보는
영롱 할머니의 뒤에서
나는 가만 숨을 죽이고
한참을 머뭇머뭇~
이토록 볼품없이 남루한 인생도
지금 이대로 고맙고 귀하다는 걸
알게 되어 다행이라고 중얼거리는
영롱 할머니의 어깨를 다독이며
미안하고 죄송했다는 한 아디를
전하고 싶은데 쉽지 않아
오래전 철부지 바람이던 내가
빛의 문 근처까지 날아가지 않았더라면
푸른별꽃아기님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만났더라도 혼자 돌아왔더라면~
그러나 세상 모든 일에
만일이나 만약이란 없으니
이를 어쩔~
다시 그 시간 속으로 돌아간다 해도
어차피 돌고 돌아 이 자리일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