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뼘 판타지 063 물끄러미 바라봄

탱글탱글 영영이

by eunring

물끄러미 바라봅니다

탱글탱글 볼 빨간 영영이가

초록 우편함을 바라보며

혼자 놀고 있어요


살그머니 발자국 소리가 들리는데

곰곰 혼자만의 생각에 빠진

영영이는 미처 듣지 못해요

입술을 꼬무락대며 작은 소리로

무슨 노래를 부르는 것도 같아요


영영아~

영영이를 부르는 소리에

그제야 고개를 돌린 영영이가

활짝 웃으며 반갑게 소리칩니다


오토바이 소리도 안 났는데

언제 왔어요? 명후니 오빠

발자국 소리도 못 들었는데~

고개 갸웃거리는 영영이에게

명후니 오빠가 말합니다


오토바이는 저만큼 놓고

살금살금 걸어왔지

영영이 놀라게 해 주려고

아 그런데 빈손이야

영영이가 기다리는

편지는 오늘 없어서 미안~


좀 전에 지나가면서 보니까

영영이가 초록 우편함 앞에 물끄러미

다시 돌아오며 보니 여전히

초록 우편함 앞에 물끄러미~

그래서 잠깐 들렀어

건네줄 편지는 없지만

영영이 얼굴이라도 보려고


고마워요 오빠~

영영이가 반짝

햇살 미소를 지으며

한 걸음 다가섭니다


편지도 좋지만

오빠 얼굴 보는 것도 좋아요

잠깐만 기다려요 오빠

금방 집에 들어갔다 나올게요~


토끼처럼 깡총대며

집안으로 뛰어들어갔다 나온

영영이의 조그만 손에

방울토마토 한 줌이 들려있어요


어떻게 알았지? 명후니 오빠가

방울토마토를 받아 들며 싱긋 웃습니다

오빠가 방울토마토 좋아하는 걸

우리 영영이가 어떻게 알았을까?


딱 보면 척 알죠~

호호 웃으며 영영이가 답합니다

오빠가 영영이더러

탱글탱글 사랑스러운 영영이라고

탱글방토 영영이라고 그러잖아요

그래서 알았죠 뭐~


알아줘서 고마워~

명후니 오빠가 고개를 끄덕입니다

고마운데 오빠가 줄 건 없네?

아 그래 우리 탄이 사진 보여줄까?

영영이도 강아지 키우고 싶다고 했었잖아


까망이 탄이는 울 아부지 껌딱지야

연탄처럼 까매서 이름이 탄인데

우리 집 마당에 놓인 평상은

탄이와 금봉이 저정석이야

거기 앉아 놀다 자다 하니까

엄마가 선풍기도 돌려주고

모기향도 피워 놓으셔


탄이에게는 애틋한 사연이 있어

탄이 엄마가 탄이 낳고 얼마 후

무지개다리 건너 하늘여행을 떠났거든

어미 사랑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우유 먹고 자라던 애기 강아지가

달도 채 안되어 우리 집에 왔지


우리 집에 처음 올 땐

아기 베개만 한 강아지였는데

어찌나 먹성이 좋은지

진공청소기처럼 쏙쏙 받아먹더니

지금은 이렇게 자랐단다~


물끄러미 탄이의 사진을 바라보다가

영영이가 중얼거립니다

탄이도 엄마가 그립겠어요

나처럼요~



keyword
작가의 이전글한 뼘 판타지 062 남루한 인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