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편지
영영아~
어른이 된다는 건 말이야
한순간이란다
빛의 문을 통과하는 순간
엄마는 어른의 마음을 갖게 되었어
지금 엄마는
금방이라도 비가 올 듯해서
자꾸 창밖을 내다보고 있단다
엄마의 엄마가 돌아오실 시간인데
바가 오면 바람길이 녹록지 않거든
엄마의 엄마도
이런 마음이셨을 거야
철부지 엄마가 길을 잃고
뽀시래기 떠돌이별처럼
어둡고 낯선 공간을 헤맬 때
얼마나 애가 타셨을까
길이란 그래
보송한 길이든 비에 젖은 길이든
걷다 보면 다 버거운 길이 돼
소슬바람이 불어오는 꽃길도
걷다 보면 힘에 겹지
사람 사는 것도 그래
각자의 별 서로 다른 곳에 살아도
어김없이 희로애락을 겪고
그 누구도 생로병사의 길에서
단 한 걸음도 벗어날 수 없어
더구나 엄마의 엄마
영영이의 영롱 할머니는
영영이를 만나러 가기 위해
빛의 문을 통과하는 순간부터
어른에서 어르신이 되셨거든
집으로 오시는 길
빗길보다는 보송한 길이었으면
사랑하는 영영이를 두고 오시는 길
아쉬운 마음까지 빗물에 젖지 않게
순하고 맑고 환한 길이었으면~
그래 맞아
은발이 되신 영롱 할머니가
바로 엄마의 엄마
영영이의 외할머니시란다
영롱 할머니라는 고운 이름을
영영이에게 선물 받고
무척 기쁘셨던가 봐
물론 엄마도 기쁘고 행복했단다
영영이 덕분에
영영이 동생이 영롱이라는
사랑스러운 이름을 갖게 되었거든
그동안 영롱이는 이름이 없었어
그냥 아기라고 불렀지
아빠를 다시 만나
영영이 이름을 지을 때처럼
한 글자씩을 모아서
이름을 지어 즐 생각이었거든
소용돌이 바람의 등에 업혀
빛의 문을 떠날 때
엄마 뱃속에 영영이의 동생
영롱이가 자라고 있었단다
우리 영영이 곁으로
다시 돌아가지 못하게 된
여러 이유 중의 하나가
바로 영롱이야
우리의 별에서는
시간이 아주 느리게 흐르거든
영롱이는 아직 어린 아기라
빛의 문을 통과할 힘이 많이 부족해
아마도 빛에 스며들어 소멸하고 말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