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뼘 판타지 064 빗소리에 젖어드는

엄마의 편지

by eunring

영영아~

어른이 된다는 건 말이야

한순간이란다

빛의 문을 통과하는 순간

엄마는 어른의 마음을 갖게 되었어


지금 엄마는

금방이라도 비가 올 듯해서

자꾸 창밖을 내다보고 있단다

엄마의 엄마가 돌아오실 시간인데

바가 오면 바람길이 녹록지 않거든


엄마의 엄마도

이런 마음이셨을 거야

철부지 엄마가 길을 잃고

뽀시래기 떠돌이별처럼

어둡고 낯선 공간을 헤맬 때

얼마나 애가 타셨을까


길이란 그래

보송한 길이든 비에 젖은 길이든

걷다 보면 다 버거운 길이 돼

소슬바람이 불어오는 꽃길도

걷다 보면 힘에 겹지


사람 사는 것도 그래

각자의 별 서로 다른 곳에 살아도

어김없이 희로애락을 겪고

그 누구도 생로병사의 길에서

단 한 걸음도 벗어날 수 없어


더구나 엄마의 엄마

영영이의 영롱 할머니는

영영이를 만나러 가기 위해

빛의 문을 통과하는 순간부터

어른에서 어르신이 되셨거든


집으로 오시는 길

빗길보다는 보송한 길이었으면

사랑하는 영영이를 두고 오시는 길

아쉬운 마음까지 빗물에 젖지 않게

순하고 맑고 환한 길이었으면~


그래 맞아

은발이 되신 영롱 할머니가

바로 엄마의 엄마

영영이의 외할머니시란다


영롱 할머니라는 고운 이름을

영영이에게 선물 받고

무척 기쁘셨던가 봐

물론 엄마도 기쁘고 행복했단다


영영이 덕분에

영영이 동생이 영롱이라는

사랑스러운 이름을 갖게 되었거든

그동안 영롱이는 이름이 없었어

그냥 아기라고 불렀지


아빠를 다시 만나

영영이 이름을 지을 때처럼

한 글자씩을 모아서

이름을 지어 즐 생각이었거든


소용돌이 바람의 등에 업혀

빛의 문을 떠날 때

엄마 뱃속에 영영이의 동생

영롱이가 자라고 있었단다


우리 영영이 곁으로

다시 돌아가지 못하게 된

여러 이유 중의 하나가

바로 영롱이야


우리의 별에서는

시간이 아주 느리게 흐르거든

영롱이는 아직 어린 아기라

빛의 문을 통과할 힘이 많이 부족해

아마도 빛에 스며들어 소멸하고 말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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