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편지
엄마들은 그래
엄마들의 목숨을 여러 개야
자식이 하나면 하나 더
자식이 둘이면 목숨도 셋
그렇게 딸바라기 아들바라기가 되어
살고 죽고 죽었다가
다시 또 살아가는 거야
세상의 모든 엄마들의 마음은
무화과 피칸 치즈 초콜릿 등
다채로운 토핑이 올려진
여러 종류의 에그타르트가
골고루 오순도순
사이좋게 담겨 있는 상자와도 같아
자식들이 원하는 것을
언제라도 선뜻 내어줄 수 있는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거든
물론 내어줄 수 없는 것을
아들딸이 원할 때도 있어서
때때로 깊은 고민과 안타까움을 안고
대책 없이 애태우며 허우적거리다가
하염없이 찌그러지고
볼품없이 뭉그러지기도 해
엄마의 엄마
영영이의 외할머니
영롱 할머니도 그러셨지
영영이를 만나러 가야 하는
멀고도 험하고 막막하고
어둡고 버겁고 낯선 길을
가여운 딸 대신 다녀오겠다며
망설임 없이 떠나셨던 거야
이 엄마는 철부지 어린 시절에
자유분방한 호기심 소녀였단다
MBTI로 말하자면 ISFP
내향적 감각형이라고 하지
호기심 않은 예술가형이라
구름 위를 떠도는 공상가에
꿈속을 헤매는 몽상가였어
여럿이 함께 어울리기보다
혼자 놀기 좋아하는
엉뚱하고도 즉흥적이고
수줍은 맹랑 소녀였지
엄마는 있잖니
엄마의 별과는 다르게 빛나는
푸른별 지구를 동경했어
낯선 별로 향하는 바람의 길이
제대로 이어지지 않았을 때부터
혼자 상상여행에 빠져들곤 했지
가 보리라
바람에 실려 날아가리라
중얼거리는 내게
엄마는 말씀하셨단다
아직은 아니야
넌 아직 어려
네가 날아오르기에는
너무나 멀고 아득한 길이야
.
청개구리처럼 제 맘대로 팔짝대는
고집쟁이 어린 딸을 위해
엄마는 옷소매 끄트머리에
푸른 별꽃을 곱게 수 놓아주시며
다독이고 또 다독이셨지
엄마는 늘 이렇게 말씀하셨어
딸아~ 내 목숨 같은 딸아~
바람의 검무를 익혀야 해
네가 바람에 실려가는 게 아니라
바람과 함께 날아오를 수 있도록
무수히 연습하며 노력해야 한다
빛의 문을 통과할 수 있다는
확신이 단 한순간도 흔들려서는 안 돼
흔들리는 바로 그 순간
마음이 흐트러져
균형을 잃고 떨어지게 되거든
단 한 톨의 미련도
뒤에 남겨서는 안 된다
미련의 손가락들이
날카로운 손톱으로 와락
너를 부여잡고 놓아주지 않을 거야
그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건
너 자신의 선택이야
그 길을 스스로 선택하고
미련 따위 남기지 않으며
반드시 통과하리라는 굳고도 깊은
믿음과 확신이 있어야 한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