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뼘 판타지 040 나풀대는 계절

꽃잎이 나풀나풀

by eunring

아빠가 그랬어요

기쁨이나 슬픔이나 외로움은

밖에서 찾아오는 손님이 아니라

내 안에 머무르는 감정이래요


내 맘속 저 깊은 곳에

잠잠히 머물러 있다가

어느 순간 불쑥 치솟아올라

바람 따라 물결이 일렁이듯이

마음에 아롱지는 거래요

때로는 고요히 잔물결 지고

그러다 소용돌이치는 거래요


아마도 내 안 저 깊은 곳에

꽁꽁 숨겨둔 감정들이

쏘옥 고개를 내미는 것 같아요

마음 한복판에

바람이 불어대는가 봐요

꽃잎들이 나풀거려요

바람결 따라 나풀대는

꽃이파리들의 속삭임이 들려와요


안아주세요

엄마 나를 안아주세요

흔들리며 나부끼는 나를

괜찮다고 다독이며

다정히 안아주세요


엄마 엄마 엄마~라고

자꾸자꾸 부르고 싶어요

엄마라고 부르며

엄마 품에 안기고 싶어요

백 번쯤 부르고

천 번쯤 안기고 싶어요


하늘거리며

나비처럼 나풀대는 것이

바람인지 꽃인지 풀이파리인지

내 마음인지 잘 모르겠어요


영영이의 중얼거림을 들으며

바람은 잠시 고민에 빠져듭니다

미안해 영영아~

영영이를 지키고 돕기 위해

해결의 꼬투리를 찾아보려고

무작정 투덜이 바람을 뒤따라갔으나

차마 붙잡을 순 없었단다


급 노약자가 되어버린

투덜이 바람이

시간의 낯선 흐름

그 벅차오름을 견디지 못하고

연기처럼 사그라들며

폴싹 주저앉아 버렸거든

그 모습을 보며 와락 겁이 났지


시간이든 세월이든

사랑이거나 운명이거나

맞짱 뜨며 거슬러 오른다는 건

위험하고 위태로운 일이거든

나 역시 소심하고 겁이 많아서

한걸음 물러서고 말았지


영롱 할머니의 병실 앞에서도

나는 선뜻 문을 열고 들어설 수 없었어

병실 문에 버티고 있는

절대안정이라는 안내문이

내 발을 멈추게 했거든


투덜이 바람에게도

영롱 할머니에게도

지금 필요한 건

일단 휴식과 안정인 거야


그리고 우리에겐

서두르지 않고

그들의 회복을 기다리는

여유가 필요한 시점인 거야


물론 나는 한 줄기

눈에 보이지 않는 바람이라서

문틈 사이로 살짝 엿볼 순 있었어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이야


강가햇살 공원에서

빗방울전주곡을 두드리던

그 곱고 단아하던 영롱 할머니가

며칠 사이 폭삭 내려앉고 쭈그러진

호호백발 할머니가 되어 버렸으니

이를 어쩔~

대체 무슨 사연인 거냐고~


궁하면 통한다더니

순간 바람순이 생각이 떠올랐어

바람의 세계에서 의리순이로 통하는

바람순이는 온 세상을 자유로이

혼자 떠도는 떠돌이 바람이거든


좋아 그녀의 도움을 받아야겠어

얼마 전 그녀의 주특기인

나 홀로 우주여행에서 돌아왔으니

여기저기서 주워듣고

얻어들은 소식도 분명 있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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