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잎이 나풀나풀
아빠가 그랬어요
기쁨이나 슬픔이나 외로움은
밖에서 찾아오는 손님이 아니라
내 안에 머무르는 감정이래요
내 맘속 저 깊은 곳에
잠잠히 머물러 있다가
어느 순간 불쑥 치솟아올라
바람 따라 물결이 일렁이듯이
마음에 아롱지는 거래요
때로는 고요히 잔물결 지고
그러다 소용돌이치는 거래요
아마도 내 안 저 깊은 곳에
꽁꽁 숨겨둔 감정들이
쏘옥 고개를 내미는 것 같아요
마음 한복판에
바람이 불어대는가 봐요
꽃잎들이 나풀거려요
바람결 따라 나풀대는
꽃이파리들의 속삭임이 들려와요
안아주세요
엄마 나를 안아주세요
흔들리며 나부끼는 나를
괜찮다고 다독이며
다정히 안아주세요
엄마 엄마 엄마~라고
자꾸자꾸 부르고 싶어요
엄마라고 부르며
엄마 품에 안기고 싶어요
백 번쯤 부르고
천 번쯤 안기고 싶어요
하늘거리며
나비처럼 나풀대는 것이
바람인지 꽃인지 풀이파리인지
내 마음인지 잘 모르겠어요
영영이의 중얼거림을 들으며
바람은 잠시 고민에 빠져듭니다
미안해 영영아~
영영이를 지키고 돕기 위해
해결의 꼬투리를 찾아보려고
무작정 투덜이 바람을 뒤따라갔으나
차마 붙잡을 순 없었단다
급 노약자가 되어버린
투덜이 바람이
시간의 낯선 흐름
그 벅차오름을 견디지 못하고
연기처럼 사그라들며
폴싹 주저앉아 버렸거든
그 모습을 보며 와락 겁이 났지
시간이든 세월이든
사랑이거나 운명이거나
맞짱 뜨며 거슬러 오른다는 건
위험하고 위태로운 일이거든
나 역시 소심하고 겁이 많아서
한걸음 물러서고 말았지
영롱 할머니의 병실 앞에서도
나는 선뜻 문을 열고 들어설 수 없었어
병실 문에 버티고 있는
절대안정이라는 안내문이
내 발을 멈추게 했거든
투덜이 바람에게도
영롱 할머니에게도
지금 필요한 건
일단 휴식과 안정인 거야
그리고 우리에겐
서두르지 않고
그들의 회복을 기다리는
여유가 필요한 시점인 거야
물론 나는 한 줄기
눈에 보이지 않는 바람이라서
문틈 사이로 살짝 엿볼 순 있었어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이야
강가햇살 공원에서
빗방울전주곡을 두드리던
그 곱고 단아하던 영롱 할머니가
며칠 사이 폭삭 내려앉고 쭈그러진
호호백발 할머니가 되어 버렸으니
이를 어쩔~
대체 무슨 사연인 거냐고~
궁하면 통한다더니
순간 바람순이 생각이 떠올랐어
바람의 세계에서 의리순이로 통하는
바람순이는 온 세상을 자유로이
혼자 떠도는 떠돌이 바람이거든
좋아 그녀의 도움을 받아야겠어
얼마 전 그녀의 주특기인
나 홀로 우주여행에서 돌아왔으니
여기저기서 주워듣고
얻어들은 소식도 분명 있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