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순간
어디 보자 우리 영영이~
눈먼이가 손을 내밀며 말합니다
그새 손톱이 얼마나 자랐나 보자~
영영이의 손을 어루만지다가
흐뭇 미소를 짓습니다
예쁘고 사랑스러운
우리 영영이 분홍 손톱이
그새 뽀로록 자랐구나
걱정 마세요 아빠~
영영이가 호호 웃으며 말합니다
연분홍 아줌마가
영영이 손톱 담당이시거든요
손톱이 자라면 언제든 오라고 하셨어요
예쁘게 잘라주시고 덤으로
아이스크림 파르페도 주신대요
물론 사랑스러운 파르페는
석이 오빠 담당이죠
있잖아요 아빠~
영영이 손톱 발톱은
영영이처럼 귀여워서
제법 인기가 많아요
연분홍 아줌마와 하얀꽃 이모가
가위바위보로 이긴 사람이 손톱
진 사람이 발톱 담당을 하게 되었거든요
하얀꽃 이모는 발톱 담당이신데요
발톱은 손톱보다 느리게 자란다며
좀 서운한 표정을 지으시더니
재미난 생각을 하셨어요
귀여운 영영이를 위해
반짝이 핑크하트로
손톱 발톱을 꾸며주신대요
하얀꽃 이모 딸내미는
키도 마음도 훌쩍 커 버려서
엄마가 곁에서 도와주지 않아도
혼자서 꽃단장 척척이라
가끔 아쉬울 때가 있으시대요
영영이만큼 어릴 때
엄마 엄마 울 엄마~ 부르며
치마꼬리 붙잡고 조르르 따라다니던
행복한 기억의 순간들이
몽글몽글 피어나서
뭉클해질 때가 있으시대요
인기쟁이 영영이구나~
눈먼이가 흐뭇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입니다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온 동네 손길이 필요하다더니
그 말이 맞는구나~
그럼요~
영영이가 어깨를 으쓱대며
종달새처럼 종알댑니다
아빠도 손을 보태시잖아요
저번에 내 친구 지안이가
할머니가 곱게 싸주신 김밥 들고
곤충호텔을 보려고 놀러 왔을 때
아빠가 곤충 이야기를
재미나게 해 주셨잖아요
그런데요 아빠~
지안이가 그랬어요
아빠가 신문도 읽으시는구나~
아빠가 정원 탁자 위에
신문을 펴놓고 읽으시는 걸
지안이가 신기하게 바라보았어요
그래서 내가 말해줬어요
그냥 보시는 거야~
신문 냄새를 맡으시는 거래
종이에서 풍기는 향기가 있대
글자가 내뿜는 향기도 있대
울 아빠 어릴 적 우리 할아버지가
아침이면 꼭 신문을 읽으셨대
새벽에 배달되어 오는 신문을
울 아빠가 가져다 드리시면
고맙다 아들~ 그러시며 웃으셨대
그리고는 찬찬히 서두르지 않고
한 장 한 장 신문 읽으시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대
가만히 옆에 앉아 있으면
이런저런 뉴스들을 읽어주시기도 하고
문득 고개를 들고는 아빠를 바라보고
따뜻하게 웃어 주셨대
그래서 울 아빠에게는
신문이 주는 추억의 향기가
진하게 남아 있대
추억의 향기~
좋은 말이라고 고개 끄덕이며
지안이가 그랬어요
나도 그 향기 맡고 싶은데
울 아빠는 뉴스를 핸드폰으로 보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