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뼘 판타지 039 추억의 향기

기억의 순간

by eunring

어디 보자 우리 영영이~

눈먼이가 손을 내밀며 말합니다

그새 손톱이 얼마나 자랐나 보자~

영영이의 손을 어루만지다가

흐뭇 미소를 짓습니다

예쁘고 사랑스러운

우리 영영이 분홍 손톱이

그새 뽀로록 자랐구나


걱정 마세요 아빠~

영영이가 호호 웃으며 말합니다

연분홍 아줌마가

영영이 손톱 담당이시거든요

손톱이 자라면 언제든 오라고 하셨어요

예쁘게 잘라주시고 덤으로

아이스크림 파르페도 주신대요

물론 사랑스러운 파르페는

석이 오빠 담당이죠


있잖아요 아빠~

영영이 손톱 발톱은

영영이처럼 귀여워서

제법 인기가 많아요

연분홍 아줌마와 하얀꽃 이모가

가위바위보로 이긴 사람이 손톱

진 사람이 발톱 담당을 하게 되었거든요


하얀꽃 이모는 발톱 담당이신데요

발톱은 손톱보다 느리게 자란다며

좀 서운한 표정을 지으시더니

재미난 생각을 하셨어요

귀여운 영영이를 위해

반짝이 핑크하트로

손톱 발톱을 꾸며주신대요


하얀꽃 이모 딸내미는

키도 마음도 훌쩍 커 버려서

엄마가 곁에서 도와주지 않아도

혼자서 꽃단장 척척이라

가끔 아쉬울 때가 있으시대요

영영이만큼 어릴 때

엄마 엄마 울 엄마~ 부르며

치마꼬리 붙잡고 조르르 따라다니던

행복한 기억의 순간들이

몽글몽글 피어나서

뭉클해질 때가 있으시대요


인기쟁이 영영이구나~

눈먼이가 흐뭇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입니다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온 동네 손길이 필요하다더니

그 말이 맞는구나~


그럼요~

영영이가 어깨를 으쓱대며

종달새처럼 종알댑니다

아빠도 손을 보태시잖아요

저번에 내 친구 지안이가

할머니가 곱게 싸주신 김밥 들고

곤충호텔을 보려고 놀러 왔을

아빠가 곤충 이야기를

재미나게 해 주셨잖아요

그런데요 아빠~

지안이가 그랬어요

아빠가 신문도 읽으시는구나~

아빠가 정원 탁자 위에

신문을 펴놓고 읽으시는 걸

지안이가 신기하게 바라보았어요


그래서 내가 말해줬어요

그냥 보시는 거야~

신문 냄새를 맡으시는 거래

종이에서 풍기는 향기가 있대

글자가 내뿜는 향기도 있대


울 아빠 어릴 적 우리 할아버지가

아침이면 꼭 신문을 읽으셨대

새벽에 배달되어 오는 신문을

울 아빠가 가져다 드리시면

고맙다 아들~ 그러시며 웃으셨대

그리고는 찬찬히 서두르지 않고

한 장 한 장 신문 읽으시는 모습이

보기 좋았대


가만히 옆에 앉아 있으면

이런저런 뉴스들을 읽어주시기도 하고

문득 고개를 들고는 아빠를 바라보고

따뜻하게 웃어 주셨대

그래서 울 아빠에게는

신문이 주는 추억의 향기가

진하게 남아 있대


추억의 향기~

좋은 말이라고 고개 끄덕이며

지안이가 그랬어요

나도 그 향기 맡고 싶은데

울 아빠는 뉴스를 핸드폰으로 보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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