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 돌린 꽃
티격태격 다툰 걸까요
핑하니 토라진 걸까요
우리 이제 그만 헤어져~
매정한 목소리 툭 건네며
헤어질 결심이라도 한 걸까요
아빠 아빠~
영영이가 고개 갸웃거리며
진지하게 묻습니다
아빠가 우리 가족 꽃이라고
백합 알뿌리 세 알을
화분에 심으셨잖아요
튼튼 아빠꽃
예쁜 엄마꽃 그리고
사랑스러운 영영이꽃
영영이꽃은
아직 어린 꽃망울인데
아빠꽃과 엄마꽃은
서로 등을 돌린 채
피어났어요
서로 각자 갈길 가자는 듯~
그랬구나~
영영이 눈에는 두 송이 꽃이
서로 등을 돌린 것처럼 보였구나
아빠가 보기에는
헤어질 결심이 아니라
다시 만날 결심으로 피어난 것 같은데
잠시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해서
고개를 돌린 것 아닐까
등 돌린 꽃이라도
마음까지 돌아선 건 아닐 테니
아빠가 찬찬히 말씀하십니다
아빠가 보기엔
서로를 아끼는 마음으로
살며시 고개를 돌린 것처럼 보인다
사랑한다고 해서
늘 마주 볼 수는 없는 거니까
시들어 고개 숙인 꽃은 있어도
헤어질 결심을 하며
등을 돌린 꽃은 없을 거야
곰곰 생각하고 또 생각할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거나
차마 마주 보기 어려웠거나
서로의 아픈 뒷모습이 애처로워
잠시 고개를 돌린 거지
등을 돌린다는 건
마음이 돌아선 거지만
고개를 돌라디는 건
아직 마음이 머물러 있다는 것이니
영영이도 알고 있을 거야
세상 어디에도
매정한 꽃이나 미운 꽃은 없단다
시들어가는 꽃송이도 그 얼굴은
어김없는 꽃의 표정으로 향기 내뿜지
시들어 말라가는 꽃들도
그 나름 애처로이 향기롭고
고개 떨군 꽃도 다소곳이 곱고
훌훌 꽃이파리 떨구는 꽃들도
애잔하여 더 향기롭지
세상 모든 것들이
하나하나 저마다 귀하듯이
송이송이 꽃들도 그래
모습과 빛깔과 향기도 다르고
피어나는 계절과 피는 장소가 달라도
꽃은 어느 꽃이든 곱고 사랑스럽지
아하 글쿤요~
영영이가 고개를 끄덕이며
중얼거립니다
등을 돌린 게 아니라
고개를 돌렸을 뿐이니
정말 다행이에요
그죠 아빠?
헤어질 결심이 아니라
다시 만날 결심을 한 꽃들이라서
더 예쁘고 향기롭고 사랑스러워요
그죠 그죠 아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