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뼘 판타지 038 다시 만날 결심

등 돌린 꽃

by eunring

티격태격 다툰 걸까요

핑하니 토라진 걸까요

우리 이제 그만 헤어져~

매정한 목소리 툭 건네며

헤어질 결심이라도 한 걸까요


아빠 아빠~

영영이가 고개 갸웃거리며

진지하게 묻습니다


아빠가 우리 가족 꽃이라고

백합 알뿌리 세 알을

화분에 심으셨잖아요

튼튼 아빠꽃

예쁜 엄마꽃 그리고

사랑스러운 영영이꽃


영영이꽃은

아직 어린 꽃망울인데

아빠꽃과 엄마꽃은

서로 등을 돌린 채

피어났어요

서로 각자 갈길 가자는 듯~


그랬구나~

영영이 눈에는 두 송이 꽃이

서로 등을 돌린 것처럼 보였구나

아빠가 보기에는

헤어질 결심이 아니라

다시 만날 결심으로 피어난 것 같은데


잠시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해서

고개를 돌린 것 아닐까

등 돌린 꽃이라도

마음까지 돌아선 건 아닐 테니


아빠가 찬찬히 말씀하십니다

아빠가 보기엔

서로를 아끼는 마음으로

살며시 고개를 돌린 것처럼 보인다

사랑한다고 해서

늘 마주 볼 수는 없는 거니까


시들어 고개 숙인 꽃은 있어도

헤어질 결심을 하며

등을 돌린 꽃은 없을 거야

곰곰 생각하고 또 생각할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거나

차마 마주 보기 어려웠거나

서로의 아픈 뒷모습이 애처로워

잠시 고개를 돌린 거지


등을 돌린다는 건

마음이 돌아선 거지만

고개를 돌라디는 건

아직 마음이 머물러 있다는 것이니


영영이도 알고 있을 거야

세상 어디에도

매정한 꽃이나 미운 꽃은 없단다

시들어가는 꽃송이도 그 얼굴은

어김없는 꽃의 표정으로 향기 내뿜지

시들어 말라가는 꽃들도

그 나름 애처로이 향기롭고

고개 떨군 꽃도 다소곳이 곱고

훌훌 꽃이파리 떨구는 꽃들도

애잔하여 더 향기롭지


세상 모든 것들이

하나하나 저마다 귀하듯이

송이송이 꽃들도 그래

모습과 빛깔과 향기도 다르고

피어나는 계절과 피는 장소가 달라도

꽃은 어느 꽃이든 곱고 사랑스럽지


아하 글쿤요~

영영이가 고개를 끄덕이며

중얼거립니다

등을 돌린 게 아니라

고개를 돌렸을 뿐이니

정말 다행이에요

그죠 아빠?


헤어질 결심이 아니라

다시 만날 결심을 한 꽃들이라서

더 예쁘고 향기롭고 사랑스러워요

그죠 그죠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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