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뼘 판타지 037 마음이 아플 때

영영이네 정원에서

by eunring

생각해 봤니?

바람이 묻습니다

영영이가 엄마를 찾아 떠나면

아빠 혼자 남으실 텐데


괜찮겠니?

영영이의 정원에

엄마의 빨강 의자와

영영이의 핑크 의자

빈 의자 두 개가 남을 텐데

그래도 괜찮을까?


이건 선택의 문제야

두 갈래 길에서

어느 한쪽 길을 택한다는 건

다른 한쪽을 포기한다는 거야

영영이가 엄마를 찾아 떠난다는 건

아빠를 혼자 여기 두고 간다는 거야


다시 돌아올 거라고

영영이가 야무지게 답합니다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노라는

시를 아빠가 들려주셨어

그 시에 나오는 두 갈래 길처럼

선택이란 늘 어려운 거라고

아빠가 그러셨어


그러나 두 갈래 길은

전혀 다르게 펼쳐지는 것 같아도

결국은 같은 길이라고

아빠는 생각해신대


이 길을 가거나 저 길을 가거나

어느 길을 가든 세상의 모든 길은

어디선가 다시 만나게 되고

그렇게 나의 길이 되는 거라고

울 아빠는 그렇게 생각하신대

그러니 겁먹지 말고

두려워하지 말고

망설이지 말라고 하셨어


아빠를 두고 가는 게 아니라고

영영이가 말합니다

엄마를 찾아 엄마 손을 잡고

아빠 곁으로 돌아올 거야

어쩔 수 없는 사정이 있어

엄마가 나와 함께 올 수 없다면

엄마를 내 눈에 한가득 담아 올 거야

나는 다시 아빠 곁으로 올 거고

아빠는 나를 기다려주실 거야


울 아빠가 그러셨어

키케로라는 철학자님 가라사대

정원은 영혼을 위한 약국이라고~

그니까 그 철학자님도

영혼의 치유가 필요했던가 봐

그래서 정원이 영혼을 다독이고

쓰다듬는 약국이란 걸 아신 거지


아빤 괜찮으실 거야

영영이의 정원이라는

사랑스러운 약국에 살고 계시니

맘이 슬플 땐 꽃을 보고

몸이 아플 땐 하늘을 보고

우울할 땐 빗소리를 듣고

외로울 땐 서쪽 하늘 저녁놀을 보며

잘 참고 기다려주실 거야


영영이가 올 때까지

울지 않으실 거야

아빠니까~

아무리 슬프고 마음이 아파도

울지 않으실 거야

아빠는 아빠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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