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뼘 판타지 041 짙푸른 그리움

사랑의 상처

by eunring

아빠가 그랬어요

사랑도 상처가 된대요

때로는 진실이라는

이름의 냉혹함으로

날카롭고 깊고

뾰족한 아픔을 준대요


사랑해서 아프고

사랑이라 외롭고

사랑하니 괴롭고

사랑 때문에 슬프고

사랑한다 굳게 약속하지만

그 사랑으로 인하여 무정하게

약속을 깨뜨리기도 한대요


눈부시게 빛나던

해가 진 후에야

검은 하늘에서 별들이 반짝이고

예쁜 꽃들이 흩날려 떨어져야

그 자리에 고운 열매가 맺힌대요


사랑을 하고

사랑으로 상처 입고

온 마음 다해 사랑한 만큼

아픔을 겪은 후에야 비로소

사랑이 뭔지 조금씩 알게 된대요


울 아빠가 그랬어요

아빠는 맑은 눈으로

엄마를 깊이 사랑했으나

그 깊은 사랑으로 인해

아빠는 외로움의 늪에 떨어지고

엄마는 깊고도 어둡고 깊은

괴로움 한복판에 빠져들었대요


사랑이 깊을수록

아픔 또한 깊다는 걸

그때 아빠는 철이 없어

알지 못했대요


아빠를 사랑했으나

그 사랑을 안고

떠날 수밖에 없었던 엄마를

아빠는 무작정 붙잡으려 했대요

붙잡아 곁에 두려 했대요


사랑하니 붙잡고 싶고

사랑해서 곁에 두고 싶었으나

그 순간 아빠가 붙잡은 건

떠나야 하는 엄마가 아니라

영영이의 오른쪽 팔이었대요

엄마는 내 왼쪽 팔을 잡고 가다가

살며시 놓아주었대요


그대로 붙잡고

놓아주지 않으면

영영이가 아플까 봐

놓아줄 수밖에 없었대요


영영이의 오른쪽 팔이

살짝 스치기만 해도

스르르 빠지게 된 건

그 이유 때문이라고

금사빠 바람이 알려 주었어요


이건 비밀인데 말이야

친하니까 알려 줄게

영영이 넌 엄마 아빠의 사랑이었고

두 사람이 헤어져야만 했을 때

그 사랑이 아플까 봐

엄마는 손을 놓았으나

아빠는 놓치지 않으려고

더 세게 붙잡았기 때문이었어


아빠에게 영영이는

영원한 사랑이어서 붙잡아야 했고

엄마에게 영영이는 모든 것이면서

또한 아무것도 없는 0과도 같아서

스르르 놓아줄 수밖에 없었던 것일까


사랑은 어렵구나

전혀 모르는

낯선 언어로 가득 적힌

몹시도 두껍고 어려운 책과도 같아


사랑은 참 오묘한 거지

사랑하면 다정히 손을 잡게 되지만

더 깊은 사랑은 굳게 잡은 손을

살며시 놓을 수도 있어야 한다는

전혀 다른 사랑의 두 얼굴이

난 문득 두려워진다~


금사빠 바람이

고개 갸웃거리며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는 것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영영이는 생각합니다


엄마는 왜~

울 엄마는 왜

아빠와 영영이의 곁에서

떠나야만 했던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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