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뼘 판타지 035 바람은 외출 중

하얀 꽃 초록 잎사귀

by eunring

어쩌다 보니

연꽃 만나러 가는

바람이 되어 버렸어


하얀 꽃송이 살포시 내려앉은

초록 연잎이 물 위에 둥실 두둥실

연잎 위를 구르는 영롱 이슬방울이

고요히 곱고 적막하게 아름다워

무심히 지나가던 바람인 나 금사빠

심쿵~ 숨소리도 멈춘

잠시 머물러 서성이고 있어


갑툭튀 영롱 할머니를 찾아

잠시 외출 중인 나 금사빠 바람

영영이를 지키기 위해

이리저리 잔머리 굴리던

이 와중에 설렘이라니

새하얀 연꽃송이의 아름다움에 반해

습관처럼 금방 사랑에 빠져들고 만 거야


영영이가 기다리는

영롱 할머니를 찾아 나선 길에

영롱한 이슬방울을 만나

발걸음을 멈추었으니

이것도 인연일까


가자 가자 어서 가보자~

영영이가 애틋 눈망울로 기다리는

영롱 할머니를 찾아가 보자

대체 어디서 온 것인지

누굴 찾아온 것인지

어디에 머무르고 있는지


영롱 할머니가 영영이에게 보낸

소포상자에 적힌 병원을 찾아서

전속력으로 푸드덕 날아가던 중에

나도 모르게 그만 새하얀 연꽃님

하얀 꽃송이와 초록 잎사귀자락에

와락 꼼짝없이 걸려들고 만 거지


그래 맞아

사랑은 그런 거야

마음이 걸려 넘어지고 마는

그것이 바로 사랑인 거지


넘어진 김에 쉬어간다고

누가 뭐라 하겠어

일이냐 사랑이냐

어설픈 고민 따위 하지 않아

일과 사랑 둘 다 손에 쥐면

그 또한 좋으리니


넘어진 채 가만 주저앉아

두근두근 설렘 속에서도

영영이를 위한 마음

단단히 부여잡으며

새하얀 연꽃님에게 물었어


연꽃 아씨님~

아시나요?

갑툭튀 영롱 할머니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


음~

새초롬 연꽃님이 속삭이듯

이렇게 되묻지 뭐야

내가 연꽃선녀님도 아닌데

영롱 할머니의 과거 현재 미래를

어찌 알겠소?


그래도 혹시

지나가는 어느 철부지 바람이

흘리고 간 꼬투리 소식이라도?

영혼을 따글따글 끌어 모아

떨리는 목소리로 다시 묻자

연꽃님이 잠시 생각하다가

이렇게 대답해 주었어


그대의 눈빛에

진심이 담겨 있으니

아는 대로 말씀해 드리죠

지나가던 투덜이 바람이

중얼거리는 혼잣말을 듣긴 했어요


투덜이 바람이

물색없이 투덜거리기를~

빛의 속도를 거슬러

여기까지 오느라 지쳐 버렸어

나는 지치고 그녀는 나이 들어 버렸어


대체 어쩔 셈이야

그녀의 마음을 도무지 모르겠으니

정말 미칠 지경이야

이러다 그만

美친 바람이 되어버릴 것만 같아


누굴 보자고 그 먼 길을

번개처럼 순간이동하면서

몇십 년 세월의 벽을

겁도 없이 훌쩍 넘어선 거야

참 알다가도 모를 그녀의 속마음~


투덜이 바람이

그렇게 중얼거리며

지친 걸음으로 스쳐 지나가더라고

연꽃님이 귀띔해 주었어


그랬군 그런 거였어

고개 끄덕이며 다시 날아올랐어

투덜이 바람의 혼잣말 속 그녀가

바로 갑툭튀 영롱 할머니라면

투덜이 바람은

분명 뭔가 알고 있는 거야


기다렷 투덜이 바람~

빠른 날갯짓으로

너를 따라가야겠어

비밀의 열쇠가

네 손안에 있음이 분명하거든

keyword
작가의 이전글한 뼘 판타지 034 사랑스럽다는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