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로하다 138 패션은 나다움 아닐까
패션은 겹치지 않는다
내가 신기하다고 생각하는 것 중 하나는
같은 옷을 사이즈만 다르게 만들어내는데도
길을 거다가 같은 옷 입은 사람을
마주치는 일이 거의 없다는 거다
맞춤옷이 아닌 이상
같은 옷이 분명 많을 텐데
길에서 겹치지 않는다는 건
그만큼 개인의 취향이 다양하고
다채롭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고 겹치는 일이
아주 없었던 건 아니다
살아오는 동안 몇 번의 겹침으로
당혹스러운 기억도 있다
초등학생 시절
엄마가 큰 맘먹고 백화점에서
고급진 녹색의 점퍼스커트를 사주셨다
소매가 없는 원피스 스타일이라
블라우스를 겹쳐 입으면 소녀소녀하고
스커트의 주름이 자르르 살아있어서
제법 폼나는 옷이었는데
며칠 후 다른 친구가 똑같은 옷을 입고 나타나
몹시 당혹스러웠던 기억이 있다
똑같은 옷을 입고 있는 게
왜 그리도 창피했는지 모른다
점퍼스커트 안에
다른 블라우스를 받쳐 입는 것으로
그 민망함을 덜어냈던 기억이 있다
패피도 아니고
패션의 패자도 잘 모르면서
느낌대로 감히 말하자면
패션은 겹치지 않는 것이 아닐까
너와 나의 다름을 너그럽게 인정하고
남과 다른 나를 추구하는 것이 아닐까
완전히 다름보다는 조금의 다름으로
나다움을 표현하는 것이 아닐까
지금도 여전히
나는 다른 옷을 입기를 원한다
남과 똑같은 옷이 아닌 조금 다른 옷
그래서 나에게 어울리는 옷을 입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