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로하다 137 전복을 먹다

엄마랑 전복을 먹으며

by eunring

엄마랑 전복을 먹습니다

나는 전복 살을 먹고

엄마는 전복 게우를 드십니다


전복 살은 질기고 딱딱하다고

고개를 내저으시는 엄마

전복 게우는 왠지 먹고 싶지 않은 나

그래서 사이좋게

전복 살과 게우를 나눠먹습니다


어렸을 적에 할머니가

자장가 삼아 들려주시던 노래가

어렴풋이 생각납니다


달강달강 달강달강 서울집에 가다가

밤 한 송이 주워다가 살강 위에 놓았더니

머리 깜은 새앙쥐가 들랑날랑 다 까먹고

딱 한 톨이 남았구나

옹솥에다 삶을까 가마솥에 삶을까

가마솥에 삶아서 쪽박이로 부우까

함박이로 부우까 초랭이로 건져서

껍데기는 아범 주고 비느럭은 어멈 주고

알맹이는 너하고 나하고 둘이

달공달공 맛있구나


나직하고 구수한

할머니의 노랫소리를 들으며

단잠에 빠져들다 생각했었죠

밤 껍데기가 맛있을까

밤 비느럭이 맛있을까

할머니는 왜 밤 껍데기를 아범 주고

비느럭은 어멈 준다는 것일까


이제는 전복을 보며 생각합니다

엄마는 전복 게우가 맛있을까

전복 살은 나를 주고

전복 게우만 드시는 엄마에게

다시 전복 살도 드시라고 드려봐야겠다

질기고 딱딱해서 싫다 하셔도

몇 번이고 또 드려봐야겠다


그럼 엄마는 또 그러시겠지

전복은 게우를 먹으면

한 마리 제대로 먹은 셈이라고

keyword
작가의 이전글나를 위로하다 136 사랑해요 어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