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로하다 102 단오부채

보랏빛 각시붓꽃의 위로

by eunring

늘 생각했었다

단오가 되면 좋은 사람들에게

단오부채를 선물해야겠다고


늘 마음뿐이었다

달콤 사탕도 아닌 씁쓸 생각을

매번 무심히 까먹고

단오가 훌쩍 지나고 나서야

문득 생각이 나서 안타까웠다


아 올해도 단오부채 타이밍을

그만 놓치고 말았구나~

인생은 타이밍인데

나는 올해도

또 한 번 타이밍을 놓치고 말았다


장마가 시작되고

우리 집 앞 보라 수국 꽃 이파리

하늘하늘 바람에 떨어져

무심히 웃고 있는데

빗줄기 타고

보랏빛 각시붓꽃이 왔다

부채에 그려진 각시붓꽃을 보고

오늘이 단오구나 생각하며

부질없이 혼자 웃는다


수줍은 색시처럼 꽃비 가마 타고

나에게 온 보랏빛 각시붓꽃의 향기가

나를 위로한다


부채붓꽃도 왔다고

노랑붓꽃이랑

노랑무늬붓꽃도 함께 왔다고

키 작은 난장이붓꽃도

비죽 고개 내밀며

나 여기 있노라 인사를 건넨다


고맙고 다행이다

내가 깜박 잊어도 나 대신

곱게 기억해 주는 정다운 이가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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