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로하다 103 맘껏 그리워하자

사랑하니 참아야 해

by eunring

만나자고 하고

만나지 말자고 한다

보고 싶다고 하고

보고파도 참으라고 한다


봄날의 모임을 훌쩍 건너뛴 단톡방에서

여름에는 꼭 얼굴 보자고 한다

보고 싶어 죽을 것 같다고 한다

바이러스보다 더 무서운 게

그리움이라고 한다


그래 맞아

바이러스가 귓전에 소곤댄다

만나야 해 그래야

우리가 더 많이 퍼질 수 있어

더 멀리 날아갈 수 있어

자꾸자꾸 파고들어서

힘이 세지고 더 강해질 수 있어


그러니까 그동안 우리는

서로에게 기대고 의지하며 살았던 거야

사회적 거리 두기에 물리적 거리 두기

신체적 거리 두기까지 결국은 마찬가지야

다가서지 말고 멀찌감치 떨어지라는 건데

두 팔 간격 떨어지기가 이렇게 버거운 거야

그 약점을 바이러스가 알고 덤비는 거야


서로서로 마음의 어깨동무를 하고

가까이 의지하며 살아왔으니

그리움에 익숙하지 않은 거야

보고픔을 참아야 한다는 게

낯설기만 한 거야


어쩔 건데

그렇다고 뭐 어쩔 건데

고약한 바이러스에게

우리 자리를 내줄 수는 없잖아

물이 흐르지 않는다고

물 위를 걸을 순 없잖아

그러니 참아야 해

조금 더 참아야 해


너를 위해 나를 위해

그리고 우리 모두를 위해

조금만 더 참아보자

사랑하니 참아야 해

그리워서 죽지는 않으니까

맘껏 그리워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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