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로하다 104 조심스러운 그녀에게

조심스러운 그녀를 응원합니다

by eunring

비 오는 아침이라고

얼마 전 퇴직한 연분홍 친구가

촉촉한 감상문을 올려놓았어요

마음 따뜻한 친구라

두고 온 사람들이 마음에 걸리나 봐요

조심스러운 그녀를 향한

친구의 다정한 마음이 느껴져서

한 번 더 읽어봅니다


"사내 아나운서한테 부탁했어요
저녁 방송에
나를 아는 직원분들께
안부 여쭙더라고 전해 달라고요
짓궂은 몇몇 녀석들의
답장이 궁금해지기도 합니다


잉크도 아직 덜 말랐는데

사무실 아침 풍경이 조르르 그려집니다

출근하면 조심스러운 그녀가 다가와

들릴 듯 말 듯한 목소리로

차 한 잔 하실래요?

그 속삭임이 들리는 듯하고


결재판 들고 다녀올 때마다

저 상처 받았어요~

그녀의 가냘픈 떨림도 들리는 듯합니다

조심스러운 그녀에게 전할 선물을

A4 용지에 커다랗게 뽑았어요


먼저 알고 있음을 무기로 삼지 말라 그래

먼저 알고 있는 만큼 방향을 잡아줘야지

이 못난 선배야


선물이라고

혼자 큰 소리로 열 번 읽으라고 했는데

어쨌으려나"


두고 온 사람들에 대한

선배로서의 애정이 그대로 느껴집니다

인생살이에 좋은 친구가 있고

직장생활에 좋은 선배가 있다는 건

행복한 일입니다


돌이켜보면

내게도 그런 시절이 있었습니다

결재서류 들고 들어설 때마다 떨리고

서류를 읽다가 빨간 펜으로 지적질하며

안경 너머로 쳐다보던 직장 상사의 눈길이

두렵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일찍 퇴직해서 이제는

기억도 희미하지만

떨림의 순간만은 선명합니다


조심스러운 그녀는

혼자 큰소리로 열 번 읽었을까요?

이 못난 선배야~

열 번 외치고 좀 후련해졌을까요?


큰 소리로 외치기에는 더운 날씨라

들릴 듯 말 듯하게

속으로 중얼거렸을지도 모르는

조심스러운 그녀에게

아는 만큼 친절하게 방향을 잡아주는

상냥하고 통 큰 선배가 짠~ 나타났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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