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로하다 107 딸바보 아빠

단팥빵의 달콤 위로

by eunring

단팥빵은 엄마 빵이고

소보로빵은 아부지 빵이었다

기억 속에서 나는

아부지의 소보로빵에서

바삭하고 달콤하게 덮인

소보로만 떼어먹었다

나머지 포슬 빵은 아부지가 드셨다


아부지는 딸바보라

그저 웃으며 좋아하셨다

소보로빵의 맛있는 부분만

쏘옥 골라먹는 딸이

그래도 예뻐서 허허 웃으셨다


쥐면 터질 듯 불면 꺼질 듯

그렇게 부모는 자식을 기르는데

자식은 애물단지라는

문득 안타깝다


친구의 아들이 딸바보가 되었다며

아가의 귀여운 발을 찍어 보냈다고

팔불출이라는 친구의 말에

혼자 웃는다


어머나

사과에도 발이 있다~고 웃어본다

태명이 사과라서 그런지

발도 통통 귀엽고 예쁘다

사과 같은 아가 발 예쁘기도 하지


사과 아빠도 딸바보가 되었다

소보로빵을 좋아한다면

바삭 달콤한 소보로만 떼어

사과에게 먹이고

나머지 포슬 빵을 웃으며 먹을 것이다

세상 모든 엄마 아빠는

자식의 껍데기라는 걸

사과 아빠도 알게 되겠지


나는 오늘 소보로빵은 사지 않고

단팥빵만 두 개 샀다

소보로빵의 포슬한 부분을

웃으며 먹어줄 아부지가 안 계시니

소보로빵은 안 사게 된다


아부지가 계시면

바삭 달콤한 소보로를

아부지께 드리고

나머지는 내가 먹을 텐데

아부지가 안 계신다

부모는 자식을 기다려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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