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로하다 106 엄마가 필요해

엄마층이 필요해

by eunring

엘리베이터를 탈 때마다

나는 가끔 엉뚱한 상상을 하곤 한다

1층을 누르고 내렸는데

전혀 다른 층이거나

딴 세상이라면 어떨까

전혀 모르는 세상이라면 어떨까

전생이거나 미래의 삶 속이라면 어떨까

뜬금없는 상상을 하며 혼자 피식 웃는다


오늘은 엘리베이터에서

또 다른 상상을 해 본다

내려가는 버튼을 누르고 기다리는데

어디선가 아이 울음소리가 들리고

엘리베이터가 중간중간 멈추기를 반복하며

어렵게 내 앞에 멈추었다

아이의 울음소리는 바락바락

엘리베이터 안에서 들려왔다


문이 열리자

유모차에 탄 아이가

목청껏 소리 내어 울고 있었다

엄마는 안타까운 마음으로 출근하고

육아를 맡으신 할머니가 아이를

어린이집에 데려가는 중인 듯한데

아이가 울어대는 바람에

할머니가 진땀을 흘리고 있었다

할머니에게 육아는 고된 일이다


아이는 아마 내리고 싶은 층이

따로 있는 모양인지 여기도 싫다

저기도 싫다 하는 바람에

할머니가 안절부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었다

할머니의 육아는 안쓰럽다


어쩌면 아이가 내리고 싶은 층은

엄마가 있는 층이었을지 모른다

어느 층에 내려도 엄마가 없음을 알기에

그토록 울며 아우성을 친 것이었으리

아이는 할머니를 보면서 울고

나를 향해서도

슬픈 눈빛을 보내며 울었다


엘리베이터에도

엄마층 버튼이 필요하다

우는 아이가 울음 뚝 그치고

방긋 웃을 수 있는

엄마층이 필요하다


그리운 사람을 만나게 해 주는

엘리베이터가 필요하다

상상이 이루어지는 세상이니

정말 그런 날이 올지도 모른다


그리운 사람에게 데려다주는

사랑의 엘리베이터

원하는 층을 누르면

그리운 사람이 기다리고 있는

그리움의 엘리베이터를 상상해 본다

그런 날이 오면

세상 모든 할머니들의 육아도

조금은 수월해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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