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로하다 204 엄마의 피아노
금과 은 왈츠
초등학교 시절에
서울에서 열리는 작곡대회에 나가려고
몇몇 친구들이랑 방과 후에
음악 선생님께 작곡 공부를 배웠다
그 시절 들었던
클래식 명곡들 중에서도
'금과 은' 왈츠의 멜로디가
오래 기억에 남아 있다
그래서 내 기억 속 클래식 1번은
변함없이 '금과 은' 왈츠이다
서울에서 열리는 작곡대회에
나는 가지 못했다
안 갔는지 못 갔는지는 기억에 없지만
왠지 가지 못한 것 같다
피아노의 피 자도 모르면서 작곡이라니
작곡은 머리로 하는 게 아니니
들러리 설 거 아니라면
안 가는 편이 차라리 나았다
피아노를 안 가르쳐
작곡대회에 보내지 못한 게
마음에 걸리셨을까
엄마가 색종이로 피아노를 접어주셨다
말없이 피아노를 접으시는
엄마 모습이 쓸쓸해 보였다
그로부터 얼마나 오랜 시간이 흘렀는데
엄마는 지금도 피아노를 접을 줄 아신다
바구니 접는 것도 잊으시고
공 접는 것도 잊으셨는데
무지개색 색종이로
무지개색 피아노를 접으신다
빨강 피아노 주황 피아노 노랑 피아노
초록 피아노 파랑 피아노 남색 피아노
그리고 보라색 피아노까지
접고 또 접으시다 보니
열두 대의 피아노가 되었다
엄마손은 참 대단해
우리 집에 피아노가 열두 대나 생겼어
내 말에 엄마가 웃으신다
흐뭇하게 웃으시는 엄마 얼굴이 좋아서
나도 따라 웃는다
열두 대의 피아노를
조르르 늘어놓고
엄마와 함께 '금과 은' 왈츠를 듣노라면
나는 꼬맹이 초등학생이 되고
엄마는 젊고 곱고 총명한 엄마가 된다
금이나 은으로도 살 수 없는
어린 날의 귀한 추억이다
레하르의 '금과 은'은 실제로
비엔나의 사교 모임 '금과 은'의
파티를 위해 만들어진 작품이라고 하니
엄마와 나만의 조촐한 파티에도
제법 잘 어울리는 음악이다
엄마는 물론 트롯을 더 좋아하시지만
피아노를 열두 대나 접으셨으니
잠깐 클래식 타임을 가지셔도 괜찮다
새가 지저귀는 듯 시작하는
우아하고 낭만적인 왈츠를 들으며
엄마 손을 잡아본다
애쓰셨어요 엄마
그 손으로 열두 대의
피아노를 접느라 고생하셨어요
감사하고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