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로하다 203 Love me tender
엘비스 프레슬리는 아버지의 스티였다
어릴 적 우리 집에
투 도어 냉장고 말고
투 도어 ○표 전축이 있었다
노래를 좋아하고 목청도 좋고
휘파람 소리도 멋진 아버지는
어쩌면 가수가 꿈이었는지도 모른다
딸바보 아버지는 딸들 다음으로
전축과 LP판들을 애지중지하셨다
양쪽으로 문을 열면
그 안에 떠억 하니 턴테이블이 있고
그 위에는 얇고 커다란 까만 도넛판 하나가
윤기 자르르한 자태를 뽐내며
멋들어지게 얹혀 있었다
아버지는 아마
엘비스 프레슬리의 팬이었나 보다
가끔 부드럽고 애잔한 떨림의
영어 노래를 들으셨는데
그 노래가 Love me tender 였고
소프트 아이스크림처럼 부드럽게
떨리는 목소리의 주인공은
엘비스 프레슬리였다
하얗고 큼직한 이를 드러내며
활짝 웃고 있는 그 가수가
엘비스 프레슬리라는 것을
한참 나중에 알았다
Love me tender 가 영화이고
엘비스 프레슬리의
데뷔 작품이라는 것도 나중에 알았다
큰형에게 모든 것을 주고 가는
엔딩 장면에서 여성 관객들이 안타까움에
소리를 지른 것으로도 유명하다는
그 영화로 엘비스 프레슬리는
세계적인 스타가 되었다고 한다
그가 마지막 장면에서 부르는
주제가 Love me tender는
사랑을 위해 모든 것을 포기하는
감동적인 사랑의 노래이고
아버지가 그리울 때
내가 찾아 듣는 노래이기도 하다
별나라에서도 여전히
엘비스 프레슬리는 빛나는 스타이고
아버지는 별나라 전축으로
그의 노래를 들으실까
별나라에도 음원이 있다면
멋지게 이어폰으로 듣고 계실지도 모른다
문득 아버지가
그립고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