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로하다 160 깡총 머리
자매들의 뷰티살롱 4
미루고 미루다가
머리를 짧게 잘랐습니다
바이러스 소동으로
무엇이든 참고
어떻게든 견디고
되도록이면 미루고
그러다 보니 길게 자란 앞머리가
눈치도 없이 눈을 꾹꾹 찔러댑니다
어쩔 수 없이 미용실에 가서
마스크 쓴 채로 거울을 보는데
피식 웃음이 납니다
동생들은 그들 나름
센스도 있고 손재주도 있어서
앞머리도 대충 자를 줄 알고
염색도 손쉽게 하는데
나는 아닙니다
감각도 부족하고
손재주도 없어서
남의 손을 빌려야 합니다
어렸을 때도 그랬었죠
넷째 그라시아가 내 머리로
장난을 하곤 했습니다
장난이라기보다는
꼬맹이 그라시아의
엉터리 뷰티살롱 놀이였습니다
낮잠 설핏 자고 일어나면
머리카락에 몽당연필이나
성냥개비들이 오종종 꽂혀 있었고
연필이나 성냥개비들을 조르르 빼내면
머리카락들이 제법 꼬불거렸었죠
이름하여 성냥개비 파마
또는 몽당연필 파마
어릴 적에도 머리 만지기를 좋아하더니
회사 다닐 때도 머리 손질은 제 손으로
자연스럽게 하던 그라시아는
지금도 여전히
머리 손질을 잘합니다
그러니 내 머리를 볼 때마다
잔소리가 터져 나오는 게 당연합니다
짧게 자른 내 머리를 보자마자
한 소리 툭 건넵니다
토끼도 아니면서
머리는 깡총 그게 뭐야
그라시아의 한마디에
나는 졸지에 토끼가 되고 맙니다
토끼띠도 아니고
달나라에 사는 것도 아닌
깡총 머리 토끼 한 마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