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로하다 181 청춘할미

청춘할미의 명품 육아 5

by eunring

생각해 보면

우리 할머니도 청춘할미셨다

어쩌면 내 어린 시절은

엄마보다 할머니와 함께인 추억이 더 많다

엄마가 따로 일을 하신 것도 아닌데

동생들이 많아서였는지

엄마가 워낙 조용하고 말이 없는 분이라

그래서였는지 모르지만

어쨌거나 나를 다독인 손길은

할머니의 주름진 손이었다


할머니는 춤도 잘 추시고

노래도 흥얼흥얼 잘 부르셨다

지금 같으면 패셔니스타

멋 좀 부리는 언니

놀 줄 아는 언니

내 나이가 어때서~

아모르파티를 부르며

빙그르르 멋지게 턴을 하셨을

청춘할미셨다


청춘할미 우리 할머니는

옛날이야기를 참 많이도 아셨다

할머니 무릎에 누워 듣던 옛이야기들이

구수하고 재미났다


나무꾼이 산에 가서 나무를 하다가

어느 골짜기에 빠졌는데

그 안에서 새로운 세상을 만나

신나게 며칠 놀다 집으로 돌아오니

몇십 년이 훌쩍 지나

청년이던 나무꾼은 머리가 하얀

할아버지가 되었더라는 이야기를 들으며

어린 나는 또 다른 세상을 상상했다


내가 모르는 낯선 세상이

어딘가 따로 있을 거라는 상상을 하며

신기하고도 재미가 있었는데

그 세상이 바로 인생이라는 것을

이제 조금 알 것 같다


잠시 잠깐 놀다 보니 하루가 기울고

며칠 신나게 놀았는데 문득 거울 보니

청춘은 오간데 없는 부질없는 인생을

어린 손녀에게 이야기해 주며

그 시절 우리 할머니가 느끼셨을

인생무상을 배우느라

나도 이만큼 나이가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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