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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nring Feb 13. 2024

초록의 시간 691 콩콩콩 엄마 생각

완두콩 보리콩 엄마콩

 까무잡잡 잡곡밥에

이런저런 콩 듬뿍 넣어 먹지만

어쩌다 엄마가 오시는 날은

엄마 덕분에 하얀 쌀밥을 먹습니다


새하얗게 반짝이는 쌀밥에

자르르 윤기 나는 까만 콩을 넣기도 하고

풋풋하고 싱그러운 완두콩을 넣기도 하죠

콩이 밭에서 나는 소고기라고

엄마가 좋아하시거든요


단백질이 많다는 말씀이겠지만

사실 완두콩은 단백질보다는

탄수화물이라고 들은 기억이 있어요

단백질이든 탄수화물이든  무엇이든

파릇한 연초록빛이 알알이 사랑스러운

완두콩 한창 나올 때 한 자루 사다가

말끔이 씻어 냉동실에 얼려 두었어요


민들레꽃 닮은 친구님 말씀에 의하면

'여기 5일장에 가면 할머니들은

완두콩을 보리콩이라 부르셔요

보리 심을 때 함께 심어
보리쌀 나올 때 나오는 콩이라고
까뭇까뭇 보리쌀 넣은 밥에

한 줌 넣어 먹으면 빛깔 곱고 맛있다고
그렇게 부르신대요'랍니다

완두콩이랑 보리가 단짝친구인 걸

민들레 친구님 덕분에 알았어요


그런데요

접시꽃처럼 키 크고 야리야리한

키다리 친구님은 무슨 콩이든 다 좋아해서

콩콩콩 콩순이라는 별명도 있다는데

완두콩은 안 먹는다고 해요

엄마가 좋아하시던 완두콩이라

엄마 생각이 나서 차마  먹겠다고

대신 강낭콩을 다는군요


강낭콩은 종류도 많아서

재미난 이름도 많아요

검은강낭콩 붉은강낭콩 흰강낭콩

얼룩이강낭콩 얼룩난쟁이강낭콩

제비강낭콩 호랑이강낭콩 등이 있답니다

호랑이콩은 얼룩무늬 호랑이를 닮아서

호랑이콩이라 부른다는데

덩굴강낭콩이래요


강낭콩을 호랑이콩인 줄 알았다며

'하얀 쌀밥알록이달록이 숑숑

요 콩알이 박히면 참 맛있어요

거가다 매콤 낙지 살짝 얹어 먹으면

여름 밥도둑'이라던

금손 친구님말씀도 생각납니다


그런데요

완두콩은 엄마콩이라

차마 먹지 못하고

완두콩 대신 강낭콩을 먹는다는

접시꽃 친구님의 콩콩콩 발자국 소리가

요즘 뜸합니다


건너 건너 듣기에

집안에 우환이 있다는가 봐요

아픔과 고단함 속에서

엄마 생각 더욱 그립고 간절할

접시꽃 친구님에게 완두콩 빛깔처럼

싱그러운 기운이 알알이 함께 하기를~


모든 어려움 스치듯 잔잔히 지나가고

보리가 익고 완두콩이 나올 무렵이면

평온을 되찾은 접시꽃 친구님의

재미나고 유쾌한 발자국 소리가

콩콩콩 다시 울리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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