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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nring Feb 12. 2024

초록의 시간 690 봄을 기다리며

동심초

뜬금없이

매듭을 배워보려고

매듭 재료 한 세트를 사서

탁자 위에 얌전히 올려두고는

멀거니 바라만 봅니다


사는 동안 맺고 맺힌

가지가지 매듭 풀기도 쉽지 않은데

새삼스럽게 또 매듭을 지어

대체 무엇하랴 싶어서요


물론 핑계일 뿐

게으른 손이 시작을 미루고 있어서죠

마음을 먹어야 손이 움직이는데

마음을 먹다 말았으니

손이 갈 생각을 안 하는 거죠


굳게 맺은 사랑의 정표로 주고받아

영원하다는 뜻을 고 있는

동심결(同心結)이라는 매듭이 있듯

동심초(同心草)라는 우리 노래도 있어요

그러나 1절 노랫말은

한시의 번역이라고 해요


설도라는 시인이 있었답니다

7세기 당나라 때 시인으로

어릴 적 집안형편이 기울어

기생이 되었다고 해요


붉은 꽃잎으로 고운 물을 들여 만든

붉은 종이를 사랑의 편지지 삼아

연하의 연인 원진에게 시를 적어 보내며

꽃 같은 사랑을 나누었으나

두 사람의 사랑은 안타깝게도

이루어지지 못했답니다


이루지 못한 사랑의 아픔을

'춘망사(春望詞)'라는 시에서

그녀는 이렇게 노래합니다


'꽃이 피어도 함께 즐길 이 없고

꽃이 떨어져도 함께 슬퍼할 이 없네

그대는 지금 어디 계시는지

꽃 피고 꽃 지는 좋은 시절


풀잎을 따서 고이 매듭을

내 마음 아시는 그대에게 보내려 하네

봄날의 시름 잦아들려 하는데

봄 새가 다시 날아와 애틋이 우는구나


꽃잎은 바람에 시들어 떨어지는데

님 만날 은 아득히 멀어지고

 마음과 마음 맺지 못하고

부질없이 풀잎 접고 있다네


어찌 견디리 가지마다 꽃은 가득한데

바람에 닐리는 꽃이파리 같은 마음으로

옥 같은 눈물 주르르 거울에 떨구는데

봄바람은 내 마음 아는지 모르는지'


백여 수의 시를 건네며

그토록 깊이 사랑하던 원진과

이루지 못한 사랑의 아픔을 안고 

일편단심 붉은 마음으로

외로이 살다 갔다는 

그녀의 '춘망사' 셋째 수를

김소월 시인의 스승 김안서 번역으로

'동심초'라는 노래가 만들어졌답니다


'꽃잎은 하염없이 바람에 지고

만날 날은 아득해 기약이 없네

무어라 과 맘은 맺지 못하고

한갓되이 풀잎만 맺으려는가'


그런데요

동심초는 풀이름도 꽃이름도 아니고

풀잎으로 엮은 매듭도 아니고

연애편지라는군요


종이를 풀로 만들었으니까요

그리고 붉디붉은 꽃물 들여

마음과 마음을

고이 맺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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