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의 시간 689 동백 필 때
작별을 나누기도 해요
그래요
동백꽃 붉은빛으로 피어날 때
누군가는 작별을 나누기도 해요
만나지 않았으면 헤어짐도 없을 텐데
만났으니 안타까운 헤어짐은
저절로 따라오는 그림자니까요
그럼요
한 송이 꽃과도 만나고
눈 마주치며 웃다가 헤어지는
애틋한 순간이 오거든요
그렇죠
피어나지 않았으면
시들어 떨어지는 안타까움도 없겠으나
사랑스럽게 피어났으니
아련히 슬프게 저물 때도 있는 거죠
그러나
시들어 떨어진 꽃 한 송이도
기억 속에 더 붉고 곱듯이
내 곁에 머물다 간
그리운 이들은
눈에 보이지 않을 뿐
사라진 게 아니죠
그러니
슬픔의 발걸음 잠시 멈추고
천천히 뒤를 돌아봐요
그림자 되어 소리 없이 따라오다가
내가 멈추면 함께 멈추어
돌아보는 나를 향해 빙긋 웃어주는
추억 속 이름과 얼굴들
그리고 그들의 그림자들~
그러므로
우리 오늘은
내 삶의 그림자 되어
기쁨과 슬픔의 순간을 함께 하는
그리운 이들의 얼굴을 떠올리며
다정히 이름을 불러보기로 해요
그리하여
동백 필 무렵
붉게 맺히는 한 송이마다
그리운 이름 하나하나
피어나는 붉은 꽃 한 송이마다
보고픈 얼굴 하나씩 떠올리며
나를 두고 떠났음에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하고 사랑했다고
그립고 또 그리울 거라고
나는 잘 지내고 있으니 염려 놓으라고
웃으며 사랑의 인사를 전하기로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