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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nring Feb 09. 2024

초록의 시간 689 동백 필 때

작별을 나누기도 해요

그래

동백꽃 붉은빛으로 피어날 때

누군가는 작별을 나누기도 해요

만나지 않았으면 헤어짐도 없을 텐데

만났으니 안타까운 헤어짐은

절로 따라오는 그림자니까요


그럼요

한 송이 꽃과도 만나고

마주치며 웃다가 헤어지는

애틋한 순간이 오거든요


그렇죠

피어나지 않았으면

시들어 떨어지는 안타까움도 없겠으나

사랑스럽게 피어났으니

아련히 슬프게 저물 때도 있는 거죠


그러나

시들어 떨어진 꽃 한 송이도

기억 속에 더 붉고 곱듯이

내 곁에 머물다 간

그리운 이들은

눈에 보이지 않을 뿐

사라진 게 아니죠


그러니

슬픔의 발걸음 잠시 멈추고

천천히 뒤를 돌아봐요

그림자 되어 소리 없이 따라오다가

내가 멈추면 함께 멈추어

돌아보는 나를 향해 빙긋 웃어주는

추억 속 이름과 얼굴들

그리고 그들의 그림자들~


그러므로 

우리 오늘은

내 삶의 그림자 되어

기쁨과 슬픔의 순간을 함께 하는

그리운 이들의 얼굴을 떠올리며

다정히 이름을 불러보기로 해요


그리하여

동백 필 무렵

붉게 맺히는 한 송이마다

그리운 이름 하나하나

피어나는 붉은 꽃 한 송이마다

보고픈 얼굴 하나씩 떠올리며


나를 두고 떠났음에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하고 사랑했다고

그립고 또 그리울 거라고

나는 잘 지내고 있으니 염려 놓으라고

웃으며 사랑의 인사를 전하기로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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