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로하다 269 가끔은 남빛

고요히 침묵하는 남빛의 심리

by eunring

색채 심리에서는

어떤 색을 특별히

좋아하거나 꺼리는 것은

자신의 내면이 색을 보며

편함과 불편함을 느끼기 때문이라고 한다


파랑과 보라의 중간색

차분한 느낌의 남빛이 가끔은 참 좋다

가만 귀 기울이면 깊고도 고요하고 맑은

침묵의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교복을 입은 중학생이 되어

만년필을 선물 받아 잉크를 채울 때

검정도 있고 코발트블루도 있는데

검정보다는 파랑

코발트블루보다는 딥블루

나는 남빛 글씨가 좋았다


요즘은 만년필도

잉크 카트리지가 있어서 편한데

(좀 식상하기는 하지만

적당히 대체할 말이 없으니 )

라떼는~^^

잉크병에서 쪼록쪼록 채워야 했다

서툰 손놀림으로 잉크병을 엎기도 수차례

손에도 범벅 하얀 교복에도 잉크 범벅

만년필의 품격 대신

편한 볼펜으로 갈아타기까지

한동안 잉크 얼룩을 달고 살았다


남빛의 옆자리 친구인

울트라 마린도 좋다

감청색이라 말할 수 있는

울트라 마린은 보라가 진하게 들어간

남보라에 가까운 색이다


베르메르의 진주 귀고리를 한 소녀

그림 속 소녀의 머릿수건 색이

울트라 마린이라고 한다

어디까지나 내 느낌이지만

깊고 신비스러우면서도 차분하다


울트라 마린은 준보석인

청금석에서 나온 돌가루로 만들어서

코발트블루와 더불어

고대 최고의 색이라고 하는데

코발트블루 역시

코발트라는 광석에서 나온 색이라

둘 다 값지고 귀한 색이었고

그들의 원조인 파랑은

하늘의 색이며 바다의 색이기도 해서

신의 색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울트라 마린 옆자리 친구인 남빛은

초록색 풀잎인 쪽염색으로 얻을 수 있는

보랏빛이나 붉은빛이 감도는

깊으면서도 신비스러운 짙푸른 빛이다


동이 터오는 첫새벽의 짙푸른 남빛

쪽빛 하늘을 만나기는 쉽지 않지만

진주 귀고리를 한 소녀의 머릿수건

그리고 쪽빛 닮은 붓꽃을 보며

우주의 깊고 고요하고 신비로운

침묵을 느껴본다


깊은 침묵 속에 깃들인

속 깊은 이야기에도

잠시 귀를 기울이는

차분한 남빛의 시간이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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