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로하다 270 비가 오니 그립다

육아의 추억

by eunring

베란다에서 빨래를 널 때마다

습관처럼 내려다보는 초등학교 운동장

바이러스의 습격 이전에는

건강하고 활기차고 신나는

아이들의 웃음소리로 가득했는데

요즘은 텅 비어 있다


뛰고 노는 운동장이

텅 비어 있으니 안타깝다

나뭇잎만 초록으로 무성한 운동장에

추적추적 비가 내린다

비에 젖는 운동장이 쓸쓸해 보이고

비 오는 운동장의 추억 하나

슬며시 고개를 내민다


나에게도 친정엄마에게

미안한 마음과 함께 아이를 맡기고

출근하던 워킹맘 시절이 있었다

가끔 생각하면 마음이 짠해지는

안타까운 순간들도 많이 있고

오늘처럼 비가 오는 날이면 떠오르는

가슴 찡한 추억의 장면도 있다


일찍 퇴근을 했는데 마침 비가 쏟아져서

기회는 찬스다~라고 외치며 우산 챙겨 들고

초등학생이던 아들 비 마중을 갔었다


엄마들이 조르르 현관 입구에 모여서 있고

나도 거기 어디쯤 발돋움하면서

다정한 엄마 미소 띠며 서 있었는데

한참만에 나온 아들은 한 바퀴 휘이 둘러보더니

신발주머니 머리에 이고 냅다 뛰기 시작했다

그 시간에 엄마가 우산 들고

마중 나왔으리라는 생각을

1도 못했을 것이다


비 오는 운동장의 풍경이 내게는

마음 찡한 육아의 추억으로 떠오르는데

얼마 전 퇴직한 그녀에게는 축제처럼

신나고 떠들썩한 풍경으로 떠오른다니 다행이다


친정엄마에게 두 아들을 맡기고

씩씩하게 출근버스를 타던 그녀에게도

물론 마음 찡한 순간들이 많았겠지만

그래도 참 잘했다고 생각하는~

이라고 그녀가 운을 뗀다


아들 1학년이랑 6학년 운동회

휴가를 내고 참석했는데
거짓말 조금 보태자면 학교 운동장 절반은

그녀의 가족들 차지였다며 하하 웃는다


있는 친척 없는 친척 다 불러 모아
아들내미들 기 살린다는 명분 아래
제각기 자축 무대를 펼쳤단다

MSG 톡톡 참가하자면
경로우대 상품으로 치약 2개

떡 하니 목에 걸고 오신 할머니 뒤에서
왕년에 달리기 선수였다는 엄마는
그래도 꼴찌는 했다며 멋쩍게 웃었고
아무튼 참가해서 수건 상품 걸치고 들어오던

아빠 왈 젊은 아빠들이 많아서

겨우 참가상이라고 허허 웃으셨단다


이제는 퇴직해서 시간 여유로운데

아들들이 훌쩍 다 커버렸으니

할머니나 되어야 다시 갈 수 있을
그때 그 초등학교 운동회

응원의 함성으로 가득한 운동장을
언제쯤 다시 가볼 수 있게 되려나
기대하고 기다려 본다며 그녀가 웃는다


돌아보니 재밌기도 하고 씁쓸하기도 해서

커피나 한 잔 해야겠다는 그녀 곁에서

나도 커피나 한 잔 해야겠다

비 오는 날 어울리는

달콤 쌉싸래한 인생 커피 한 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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