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로하다 208 추억으로 가는 가나자와
가나자와의 추억을 소환하다
여름 겨울이면 늘 성지순례를 다니며
마음을 비우던 친구 멜라니아는
코로나에 갇힌 요즘
갑갑한 마음에
푸르른 산길을 걷는답니다
무릎이 안 좋은데도
무릎 보호대를 감고서라도
푸른 바람과 친구 하며 걷는답니다
성지순례를 다니면서도
멜라니아는 카페에 머무르기보다는
어디든 걷고 또 걸었다고 해요
절친인데 아쉽게도 멜라니아와
함께 한 여행의 기억이 많지 않습니다
만약 함께 했더라면
많이 걷기보다는 서성이고
머무르기 좋아하는 나를 보며
그녀가 피식 웃었을 것 같아요
바람처럼 걷고 싶어 하는
멜라니아의 그 마음을 알 것 같습니다
이런저런 사정으로
그다지 여행을 많이 하지 못하는 나도
집에 콕 박혀 지내자니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어지는 요즈음입니다
멜라니아랑 푸른 바람소리 따라
한없이 걷고 싶어요
멜라니아와의 약속은
아직 멀리 있으니
지난 여행의 추억이라도
끄집어내어 잠시 놀아봐야겠습니다
가까운 곳부터 시작해볼까요?
가나자와 시티컵을 들여다보며
가나자와 여행의 추억을 소환해 봅니다
작은 교토라는 가나자와는
무늬가 고운 비단 같은 소도시였습니다
에도시대의 흔적이 남이 있는 히가시차야에서
단풍잎 하나 똑 떨군 양갱이 곁들여 나온
말차를 마시던 기억이
달콤 씁쓸하게 떠오르고
가나자와 성 유리창문에 비친
저녁놀에 취해 겐로쿠엔 입장시간을 놓친
철없는 머무름도 즐겁게 되살아납니다
일행 중 일어에 능한 다정 언니 덕분에
자유롭게 버스도 타고 기차도 타고
지하철도 타면서 시장 구경도 하던
여행의 추억이 구름처럼 떠올라
기분이 몽글몽글 가벼워집니다
비 내리는 자투리 시간에
가나자와 역 근처 별다방에서
일행들에게 가나자와 시티컵을
깜짝 선물해주신 대장 언니 덕분에
가나자와 머그잔에 잔잔히 어우러진
빛깔처럼 고운 시간들을 추억할 수 있으니
걸어서 세계 속으로도 아니고
앉아서 추억 여행이지만
돌아보며 기억하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금박이 유명한 가나자와 특산품인
금가루 커피가 있으면
딱 좋을 타이밍인데요
없는 걸 아쉬워하기보다는
바로 곁에 있는 생수 한 잔 마시고
슬기로운 집콕 생활로 원위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