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로하다 260 클래식 기타의 추억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by eunring

클래식 기타를 배운 적이 있다

물론 조금 배우다 말았다

반복 연습을 하다 보면

손가락도 아프고 슬슬 꾀가 났다

손가락 끝에 군살이 배길 무렵

쿨하게 그만두었다


익숙해질 때까지 반복하는 일을

나는 잘하지 못한다

수학을 잘하지 못했던 것도

아마 같은 맥락일 거라고 생각한다

음악과 수학은 비슷한 원리라고

들은 기억이 있다


어쨌든 내가 클래식 기타를

기웃거리며 배워보려 했던 건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때문이다

스페인의 작곡가이며 연주가인 타레가는

맑게 울려 퍼지는 기타의 울림에

색채감을 주었다고 하는데

기타 소리의 색채감이 궁금하기도 했다


기타의 사라사테라고 불렸다는

프란시스코 타레가가

실연의 아픔을 안고

알함브라 궁전을 여행하다가

화려하면서도 쓸쓸한 궁전의

아름다움에 감동해 작곡했다는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을 들으며

스페인 여행을 꿈꾸기도 했다


나에게 먼 여행이 무리였으므로

클래식 기타 연주라도 하고 싶었다

애틋하고도 아름답게

감정을 건드리는 듯한 기타 선율을 들으며

연못에 비친 화려한 궁전의 모습을

상상해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워서

내 손으로 연주해 보리라는

꿈의 시작은 원대했으나

과정은 씁쓸했고

마무리는 단호했다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은

클래식 기타를 배우는 이들의 로망이고

은쟁반에 옥구슬 구르듯이 되풀이되는

트레몰로 주법이 맑은 떨림과 함께

신비롭고 애잔한 분위기를 자아내면서

아련한 그리움과 여운을 남긴다


고수들 중의 고수만이 가능하다는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기타 연주를

왕초보답지 않게 감히 꿈꾸었으니

참 야무지게 철없고 겁도 없었다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을 향해

첫걸음을 크게 내디뎠던 내 꿈은

아쉽게도 그라나다 근처까지 가지 못하고

아름다운 로망을 이루지도 못한 채

'로망스'에서 끝났다


르네 클레망 감독의 영화

'금지된 장난'에 감미롭게 흐르던 '로망스'가

내 클래식 기타 여정의 종착역이었다

기타 연주는 게으른 내게

금지된 장난이었음이 분명하다


금지된 장난으로 급 마무리된

클래식 기타의 추억과 함께

달빛이 드리워진 아름다운

알함브라 궁전의 모습을 상상하며

타레가의 기타 연주를 다시 들어본다

아련한 슬픔의 떨림까지도 맑고 영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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