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로하다 364 말차의 추억
문득 그립다
가끔 말차를 마신다
말차 거품을 제대로 낼 줄 모르니
편하게 한 잔 사서 마신다
말차라떼에 에스프레소 샷 추가하면
말차랑 비슷해진다
쌉쌀한 느낌만 내본다
가나자와 히가시차야 어느 찻집에서
마시던 말차는 예술이었다
꽃처럼 곱던 단풍이 한몫 단단히 해 주었는데
고급지고 멋스러운 자기 다완도 없고
여름이라 붉은 단풍도 없으니
지난해 단풍잎 하나 꺼내 멋을 내본다
그런다고 일본 여행의 맛이 나지는 않지만
부드럽고 쌉싸름한 말차라떼 한 모금에
히가시차야 예쁘고 고풍스러운 골목의
아기자기한 가게들의 모습이 아련히 떠오른다
기념품 가게를 구경하며 노닐던
시간들 속으로 미끄러듯이 타임 슬립
금박의 도시 가나자와의 명소 히가시차야
가지런히 정돈된 골목 안 어느 찻집에서
삐그덕거리는 마루를 지나고
오래된 나무계단을 조심스럽게 올라가
조르르 앉아 단풍잎이 놓인 화과자와
말차를 마시던 순간으로 마음을 날려 본다
고운 단풍나무에 우수수 쏟아지던
금빛 햇살이 눈부시던 가나자와 옛 골목의
고풍스러운 목조건물 이층 찻집의 기억은
앙증맞은 화과자의 달콤함과 함께
초록빛 거품이 뽀그르르 피어오르는
부드럽고 쌉싸름한 말차의 맛으로 떠오른다
가나자와 역의 커다란 장구 모양
츠즈미 게이트의 독특한 분위기도 생각나고
그 앞에 앉아 사진을 찍으며 웃던
여행의 시간들이 그립다
가나자와의 부엌이라는 전통시장
오미초 시장을 재미나게 쏘다니다가
해 저물녘 가나자와 성의 창문에 비친
주홍빛 석양에 반하여 머무르던
그 시간들이 문득 그립다
다음에 가면 소프트 아이스크림에
반짝이는 금박을 덮어준다는
황금 아이스크림을 먹어봐야겠다
그런데 다음이 올까 모르겠다
불확실하고 불분명한 이 시간들이
문득 막막하고 버거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