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로하다 365 에스메랄다
그날의 뒷모습
흔히 핫도그 율마라고 부르는
초록빛이 선명한 골드 크레스트 윌마와
빨강 원피스의 뒷모습이
한여름의 크리스마스 선물 같은
한 장의 사진을 물끄러미 들여다봅니다
안젤라 언니가 빨강 원피스를 입은
사진 속 그날의 뒷모습에서는
향긋한 커피 향내가 납니다
그날 초록 그늘 우거진 숲길을 걸어
숲이 보이는 커다란 창이 있는 카페에서
파나마 에스메랄다 게이샤 커피를 마셨거든요
게이샤는 일본어 비슷한 느낌이지만
일본어도 아니고 일본과도 전혀 상관없고요
커피나무의 종자가 발견된
에티오피아 남서부 게샤(Gesha) 숲을
영어(Geisha)로 표기하면서
붙여진 커피 품종의 이름이랍니다
보석과도 같은 느낌의 에스메랄다는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의 여주인공이 아니라
파나마 커피농장의 이름이고요
나라 이름 농장 이름 커피 품종 이름이 만나
파나마 에스메랄다 게이샤라는
커피 이름이 붙여진 거죠
여러 종류의 게이샤 중에서도
파나마 에스메랄다 농장의 게이샤가 으뜸인데요
에스메랄다 게이샤는 풍요로운 꽃향기와
과일들의 단맛과 부드러운 신맛이
부드럽고 깔끔하게 조화를 이루는 커피랍니다
커피잔 안에 신의 얼굴이 보인다고 해서
신의 커피라 불린다고 해요
빨강 원피스를 입은 안젤라 언니와
그날 마신 커피가 아마도
파나마 게이샤였을 텐데요
귀한 커피라는 걸 미처 모르고 마셨지만
커피 향과 맛은 아직 기억합니다
부드럽고 아름답고 향긋한 커피맛이
사진 속 그날의 뒷모습에서
잘 익은 새콤달콤 과실의 향미로 떠오르고
한 송이 꽃처럼 향기롭게 피어납니다
귀한 커피는 과실의 향과 맛이 먼저 오고
꽃향기가 한데 어우러진다고 하죠
한 모금 마시면 복숭아 맛과 재스민의 향이
상큼하고 조화롭게 어우러진다는 커피를
비싸지만 맛있다며 멋모르고 마셨습니다
잘 알지 못해서 귀한 커피에 대한
섬세한 예의를 제대로 갖추지 못했으나
오래 남는 잔향과 깊은 여운에 반해
인생 커피라며 감동하고 감탄했으니
커피도 너그럽게 용서해 주겠죠?
파나마 에스메랄다 게이샤를
어디선가 다시 마시게 된다면
커피가 너무 향기로워 찻잔 가득
우수수 쏟아진다는 빛줄기도 느껴보고 싶고
커피 맛이 너무 훌륭해서
커피가 찰랑이는 잣잔 안에
신의 얼굴이 떠오른다는 바로 그 순간을
감미롭게 음미해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