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로하다 363 빛의 아이

EBS 국제 다큐영화제

by eunring

마스크를 쓰고서라도

활짝 웃고 싶은 예능 필요의 시대지만

가끔은 다큐멘터리 영화에서

위로를 받기도 합니다


EBS TV 국제 다큐영화제 출품작인

'빛의 아이'라는 영화를 보았습니다

영화는 영화관에서 보는 것이

내 나름 원칙이고 소신이지만

코로나 시대에 영화관 나들이는

선뜻 나서기 쉽지 않아 주저하게 되는데요

방구석 1열 TV로 관람 가능한

EBS 다큐영화가 잔잔한 감동을 줍니다


부모의 이혼으로

고향의 하얀 눈 덮인 산을 떠나온

13살 소녀 메톡 카르포는

부모가 있는데도

티베트의 고아 기숙학교에서 지내다가

방학이 되면 초원의 외가로 돌아옵니다

외조부모는 바람기 많은 아버지를 비난하지만

아이는 무작정 2G 휴대전화를 들고

그리운 아버지를 만나러 길을 떠나기도 하고

기숙사 생활도 슬기롭게 해 나갑니다


행복이 뭔지 잘 모르겠다고

아이는 중얼거리듯 말합니다

하고 싶은 걸 하는 게 행복이라지만

남자와 여자가 만나 서로 사랑하여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그러다 다른 사랑을 만나게 되면

그 사랑을 따라 떠나는데

남겨지는 아이는

칼로 베인 듯한 마음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게 된다는 아이의 무심한 중얼거림이

맑고 쓸쓸하고 외롭습니다


영화의 제목은 '빛의 아이'지만

영화를 보는 내내 내가 본 것은

아이가 눈부신 햇빛을

바로 쳐다보기 버거워하면서도

피하지 않고 마주하기 위해

눈을 가느스름하게 뜨며

손가락 사이로 마주하는 모습이었고

그 사이로 쏟아져 들어오는 햇빛이

현실의 아픔처럼 날카롭게 아이의 마음을

사정없이 쏘아대는 것처럼 보였지만

아이는 아픔의 빛과 당당히 맞서기 위해

애써 마음을 추스르고 있었습니다


빛의 아이가 아닌

빛을 사랑하는 아이가

지혜와 용기를 담뿍 끌어안고

빛이 되고 싶어 소리 없이 아우성치는 모습이

짠하면서도 대견하고 아름답습니다


손에 그림을 그릴 수 없다며

하얀 종이에 양손을 먼저 그려놓고

종이 위에 그려진 양 손바닥 가득

평온하고 아름다운 초록 풀밭과 산과 강물이

새파란 하늘과 노란 햇살 아래 펼쳐집니다


태어난 고향과 기억에 남는 순간들을

그려놓은 아이의 그림들이

아이가 간절히 꿈꾸는 부모의 사랑처럼

애틋하고 애잔했지만

지치지 않고 피하지도 않으며

현살과 마주 서는 아이의 용기가

고단한 만큼 아름답고 감동적입니다


마스크는 내 친구

TV도 내 친구인 코로나 시대를

빛의 아이처럼 지치거나 피하지 않고

당당히 헤쳐나가야겠다는

기특한 생각을 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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