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로하다 606 재미가 있어야죠
공부도 재미니까요
만남을 미루고 미루고 또 미루다가
친구님들이 드디어 화성행궁으로
가을 나들이에 나섰답니다
나는 함께 가지 못하고
사진으로 랜선 나들이 중입니다
사진을 들여다보니
예쁜 모습이 열 명입니다
모자를 쓴 친구님 여섯이네요
그리고 요즘 최고의 백신이라는
하얀 마스크를 쓴 친구님 여섯
파랑 마스크 쓴 친구님 하나
깜장 마스크 쓴 친구님 하나
꽃무늬 마스크 쓴 친구님 하나
손스크 친구님 하나
사진을 찍은 친구님까지 하면
총 열한 명인데요
환한 대낮에 마스크 안에서 나누는
달빛 정담 대신 눈빛 정담이
소곤소곤 얼마나 정겹고 재미날까요?
맑고 높고 파란 가을 하늘 머리에 이고
가을볕 등에 지고 가을바람 옆구리에 끼고
나부끼는 억새밭에서 뚝뚝 거리 두기 해가며
재미난 하루 가을 나들이 중인
친구님들 사진을 앞에 두고
어머머~ 내가 지금 무얼 하는 걸까요?
뜬금없이 수학 공부를 하고 있어요
오랜만에 만난 친구님들이
반갑게 눈빛 정담을 나누는 사이에
나는 혼자 숫자 정담을 중얼대고 있습니다
일찌감치 수학을 포기한 터라
늘 숫자에는 약하다고 생각했었는데요
나는 평소에도 재미나게
나 홀로 수학을 하고 있었던 거죠
친구님들 수를 헤아리는 것도
수학적 본능인 거니까요
길이를 재고
무게를 재고 넓이를 재고
이 모두가 다 수학적 본능이고
수학적 감각은 누구나 타고난 본능이랍니다
거리를 재는 것에서부터
수학이 시작되었답니다
그리고 나누기 시작했대요
바라보는 풍경들 속의 생물과 무생물
하늘에 있는 것과 땅에 있는 것 등으로요
이렇게 재밌는 수학을
너무 일찍 포기한 게 문득 아쉽지만
지금부터라도 해 보면 되는 거죠
세상에 늦은 때란 없다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