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로하다 300 백일홍 사연
꽃이라는 이름의 예술
겨우내 닫아 두었던
그녀의 집 창가 에어컨 실외기 위에
비둘기들이 둥지를 틀었답니다
비둘기 둥지 옆에
스티로폼 화분을 놓고
이른 봄부터 씨를 뿌려 두었던
채송화가 빗방울 따라 계속 피고 지고
그 옆엔 백일홍 화분도 놓아두었더니
내리는 비 흠뻑 맞고 잘도 커 준다고
이 모든 것이 감사한 아침이라고
그녀가 안부를 전합니다
백일홍과 채송화가
자매들처럼 사이좋게 피어난 모습이
보기 좋아서 한참 들여다봅니다
소녀 감성 뿜뿜 향기롭습니다
저기 먼 나라
멕시코에서 귀화해 온 백일홍은
백일 동안 붉은 꽃이 피어
백일홍이라는데요
요즘은 꽃 색깔이 다양해져서
백일화라고 부른답니다
백일홍은 혼자 피어나는 것보다
여럿이 함께 올망졸망 모여 있으면
더 사랑스럽고 예쁜 꽃이죠
무리 지어 피어난 모습도 곱고
꽃송이 하나하나 빛깔이 선명해서
합창이라도 하듯이 모여 있는 모습이
귀엽고 사랑스러운 소녀 합창단 같아요
아름다운 화음을 노래하는 것처럼 보여서
기분이 상큼해집니다
꽃 백일홍 아닌 나무 백일홍도
꽃분홍으로 한창입니다
줄기를 만지기만 해도
꽃가지들이 모두 흔들려서
간지럼나무라는 재미난 이름으로도 부르고
목백일홍이라 부르는 배롱나무꽃도
백일 동안 피는 꽃이라고 하는데요
꽃 백일홍이든 목백일홍이든
자연이라는 위대한 예술작품의 하나인
꽃이라는 이름의 예술 앞에서
문득 경건해집니다
저마다의 사연을 안고
저마다의 빛깔과 모습과 향기로 피어나는
꽃들에게 사랑의 인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아기들도 백일 무렵이 예쁘듯이
꽃들도 백일 동안 예쁘게 피어나니
꽃들과의 인연에도
백일잔치를 해주어야 할까요?
묻고 보니 인생은
끝없는 질문의 연속이고
자연은 침묵의 예술이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