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로하다 291 헵번 스타일
그녀의 러블리 패션
휴일인데 주룩주룩 비도 오고
마스크와 거리 두기 필수에
방역수칙 옵션이 조르르 따라나서는
나들이도 심하게 번거롭고
여행은 더구나 자유롭지 못하니
공주와 기자의 로맨스 영화
'로마의 휴일'을 보며
눈으로 로마 여행을 해 본다
오드리 헵번을 좋아한다
이미 별나라 사람이지만
별나라에서도 사랑스럽고 우아한 미소로
내면의 아름다움을 반짝이고 있을 것 같다
영화 '로마의 휴일'에서
오드리 헵번은 짧은 커트머리에
이마가 반쯤 보이는 가지런한 앞머리와
귀가 상큼하게 나오도록 옆머리를 붙이고
귀욤 뽀짝하게 변신한다
앤 공주의 틀에 박힌 일상에서
점 하나 찍듯이 머리를 짧게 자르고 나선
그녀의 일탈이 과감하고 사랑스럽다
패션과 스타일을 보는 것만으로 눈호강이다
그녀는 겸손하게도 자신의 겉모습은
누구나 쉽게 따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지만
아무에게나 헵번 스타일이 어울리지는 않는다
여름이 오면 헵번 스타일의 머리를
한 번쯤은 생각하지만
실행에 옮기지는 않는다
주제 파악은 하고 사는 편이고
나는 그녀가 아니므로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만들어진 영화
상상력과 감성의 깊이를 더하게 해주는
흑백영화 '로마의 휴일'을 보며
밝고 순수한 영혼의 앤 공주도 되어보고
우아한 여배우의 상큼 미소도 만나고
그녀의 패션과 헤어스타일에 홀리듯
눈길과 마음을 주어 본다
소매를 짧게 말아 올린 블라우스와
플레어스커트를 입고 스쿠터를 타는
오드리 헵번의 뒷자리에 살며시 올라앉아
아름다운 로마의 거리를 함께 달려보기도 하고
로마에 있으나 스페인 대사관이 있어
스페인 광장이라 불리는 바로 그 계단에서
오드리 헵번과 함께
젤라또 아이스크림도 먹어 본다
흑백영화의 장면이지만
상상은 무지갯빛이다
앤 공주의 순수한 매력에 끌려
특종을 과감히 포기하는 그레고리 펙
처음인 듯 마지막 인사를 나누고
기자회견장을 나오는 그레고리 펙의 모습도 쓸쓸함의 깊이만큼 멋있고 또 멋지다
앤 공주의 상큼 발랄한 일탈처럼
누구나 일탈을 꿈꾸지만
모든 일탈의 끝은 원래의 자리다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가방을 꾸리고 여행이라는 일탈을 꿈꾼다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이 어디냐는 질문에
앤 공주는 대답한다
"Rome. By all means, Rome."
누구에게나 그런 순간이 있을 것이다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이
나에게는 어딜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