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로하다 295 아르슈 지의 부드러움

미술시간의 추억

by eunring

학생 시절에

제일 좋아했던 공간은 도서관이었고

애정하는 시간은 미술시간이었다

아르슈 지의 부드러움이

다정하게 느껴지는 미술시간이 좋았다


물론 그 당시에는 아르슈 지가 아니라

새하얀 켄트지였지만 기억 속 미술시간은

아르슈 지처럼 보드랍고 아련하다


나는 지금도 가끔

미술실 이젤 앞에 서 있는 꿈을 꾼다

나무 이젤이 우리 집 거실 한쪽에 서 있지만

내 현실 속 이젤은 에코백을 걸어두는 용도여서

바로 현타가 온다 현실 자각 타임~!!


4절 스케치북에 4B 연필로

사각사각 스케치를 하는

고요한 시간이 나는 참 좋았다

연필 스케치는 제법 했으나

수채화 물감을 제대로 다루지 못해

미술대회에 나가 망친 그날 이후

나는 미술시간에 대한 미련을

손에서 놓지 못했다


그 미련의 끝을 잡고

나중에 수채화를 조금 배웠다

학생 시절 미술시간에 대한 아쉬움을

벗어날 수 있을 만큼만 수채화랑 놀았다

미술은 나에게 즐거운 놀이였다


아르슈 지를 손끝으로 스치면

다정하고 따사로운 느낌이 난다

프랑스에서 만드는 수채화 종이인데

빛깔이 아이보리색이라 다정하고 따스하다


아르슈는 프랑스 보주 지방의 도시이고

종이에도 무게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르슈 지는 부드럽고 흡수성이 좋아서

물에 젖어도 쉽게 찢어지지 않아서 신기했다

붓의 촉감과 질감이 잘 드러나는

아르슈 지와 친해지는 시간들이 좋았다


한동안 수채화를 손에서 놓아버려

팔레트에 짜 놓은 물감들이 다 말라버렸지만

나만의 미술시간을 생각하면

손끝에 아르슈 지의 부드러움이 느껴지고

물기 머금은 아르슈 지처럼 마음이 촉촉해진다


밀쳐두었던 수채화 용구들을 다시 꺼내고

이젤에 걸려 있는 에코백들도 걷어내고

마음잡고 다시 뭔가를 그려봐야겠다


창밖에는 비가 퍼붓고

비 오는 날의 수채화라는 노래가

문득 생각나는 지금이 바로

나만의 미술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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