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로하다 296 나만의 미술시간

상상의 힘

by eunring

두 개의 손바닥을 덮으면 조금씩 남는

2호짜리 수채화 패널을 꺼내서

물끄러미 바라본다


2호짜리 P2 패널은 풍경화용이다

10호 크기로 연습을 하다가

들고 다니기 무겁고 번거로워

2호 패널을 가지고 놀기 시작했는데

슬그머니 손을 놓아버리는 바람에

앙증맞은 패널들이 몇 개 남아 있다


나만의 미술시간에

나는 내 맘껏 상상놀이를 한다

빈 공간이 상상의 힘으로 채워지는

순간의 기쁨은 크고도 깊다


하얀 손수건 같기도 하고

큼지막한 엽서 같기도 하고

이루지 못한 채 머무르는

꿈과도 같은 하얀 종이 위에

무얼 그리며 놀까 생각하면

마음이 설렌다


미술은 상상의 힘이고

예술도 상상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닐까

서툰 생각을 하다 보면

빈 공간을 보이는 무엇인가로

꼭 채워야만 하는 건 아니라는 생각도 든다


4B 연필을 들고

부드럽고 따스하고 기분 좋은

미소를 건네는 아르슈 지와 마주하는

이 고요한 시간이 행복하다


창밖의 하늘은 여전히 잿빛이지만

소란한 빗소리 그친 자리를

매미들 울음소리가 대신하고

나는 물끄러미

내 이루지 못한 꿈을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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