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로하다 311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아버지를 추억한다

by eunring

아버지를 생각하면

마음에 따스한 물결이 잔잔히 차오른다

아버지와 함께 한 시간은 길지 않았지만

사랑은 시간의 양에 비례하지 않는다

평생 받을 아버지의 사랑을

중2 겨울까지 한꺼번에 받았다고 생각한다

두고두고 꺼내 써도 부족하지 않을 만큼

사랑을 주고 가셨다


아버지라는 이름은 내게 있어

무조건적인 사랑이고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는

아버지를 추억하며 본 영화이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섬세하고 따스하게 아버지의 사랑을 건넨다

감독이 애정하는 두 배우

후쿠야마 마사하루와 릴리 프랭키

두 사람이 아버지로 나온다


후쿠야마 마사하루는 성공한 회사원으로

자식도 1등으로 키우고 싶은

유능하고 엄격한 아버지 료타 역이고

릴리 프랭키는 변두리에서 전기 상회를 하는

가장으로서는 능력이 부족하지만

자상하고 다정한 아버지 유다이 역인데

두 배우의 아버지 역할이

맞춤옷처럼 고급지게 잘 맞는다


6년 동안 사랑으로 키운 아들들이

병원에서 바뀌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서로의 아들을 바꿔 생활하며

적응하는 시간을 갖게 된다

낳은 정 기른 정 사이에서 고민하고 갈등하며

비로소 아버지가 되어가는 료타의 모습이

서툴지만 눈물겹고 가슴 뭉클하다


카메라에 담겨 있는

친아들 류세이의 모습을 천천히 돌려보다가

료타는 길러온 아들 케이타가 고사리손으로

자신도 모르게 자신의 모습을

찍어놓은 사진들을 보게 된다


일에 열중하는

자신의 뒷모습도 찍어 놓았고

잠이 든 모습도 살그머니 찍어 놓았다

자고 있는 자신의 커다란 발바닥에도

사랑의 눈길이 잔잔히 머물러 있다

이제는 새로운 가족의 품에 가 있는

아들 케이타가 몰래몰래 아빠를 찍어 놓았다


아들의 사랑이 담긴 사진들을 보며

료타의 표정은 서서히 변해간다

아들 케이타가 얼마나 아빠의 뒷모습을

사랑의 눈으로 바라보았는지

가슴 뭉클함을 느끼며 고개를 떨군다


자신이 아니면 안 되는 일이 있다며

일이 중요하다는 료타에게

일보다는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중요하다고

아이들은 기다려주지 않는다고 말하는 유다이


아버지라는 일도

다른 사람이 대신 못하는 거라는

유다이의 말 속에 답이 있다

내일 할 수 있는 일은 오늘 하지 말자며

아이들과 친구처럼 놀아주는 아빠 유다이를 통해

아이들이 바라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여준다


아버지가 되는 일은

누구에게나 쉽지 않겠지만

류타처럼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아빠는 아빠가 아니라며 달아나는

케이타의 뒤를 사랑의 걸음으로 쫓아가며

류타는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이제 미션은 끝났다고

케이타를 와락 끌어안으며

아버지가 된다


아버지가 되고 가족이 된다는 것은

함께 한 시간과 서로에 대한 믿음으료

서로를 향해 단단하게 놓아 가는

사랑의 징검다리가 아닐까

우리 모두는 그렇게 가족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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