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로하다 313 안경다리의 추억

일본여행의 추억

by eunring

비가 그치지 않으니 울적하다

다음 주까지도 비가 계속된다고 하니

더 꿉꿉하고 우울하다


비의 계절이 더는 로맨틱하지 않고

비의 향기도 더는 풋풋하지 않고

빗소리도 더는 정겹지 않다

이제 그만 비가 그쳤으면 좋겠다


하늘이 잿빛이니

안경을 써도 맑지 않고

마음이 맑지 않으니

보이는 풍경도 뿌연 안갯속 같다


안경을 닦고 마음도 닦아본다

맑은 눈으로 지난 사진을 뒤적이다 보니

일본여행 사진들이 조르르 반갑다

한여름 햇살 쨍한 날 찾아갔던

도쿄 황궁의 메가네 바시가 나온다

맑고 햇살 눈부신 날의 추억이다


한여름이어서 덥고 습한 날씨였지만

사진 속 풍경은 해맑기만 하다

파랗게 맑아서 다리가 물에 비친 모습이

제대로 동그란 안경을 닮았다

안경을 쓰는 나에게

안경다리는 왠지 반갑다


일본 천황과 기족이 산다는 황궁 고쿄는

지금 생각해도 정원이 넓고 아름다웠다

잘 다듬어진 산책로를 따라 들어가면

정문에 메가네 바시가 나오는데

2개의 아치 모양 돌다리가

물에 비친 모습이 안경 그대로였다


햇살이 쨍한 날에만 물 위에

안경다리의 모습이 뚜렷이 비친다는데

그날 햇살이 정말 눈부신 날이어서

안경 모습이 제대로 찍혀 있다


파란 하늘 아래

바람에 날리는 버들잎

선명하게 물에 비친 다리

푸르른 하늘빛과 새하얀 구름


안경다리 바로 너머에는

1924년 의열단원 김지섭 의사가

폭탄을 던져 독립의 의지를 다짐한

니주바시가 있어서 깊은 의미가 있다


다시 비행기를 타고 자유롭게

해외여행을 다닐 수 있게 된다면

나는 또 일본여행부터 시작할 것이다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여행을 가게 된다면

흐린 날의 안경다리도 보고 싶다

흐린 날에는 물에 제대로 비치지 않아

반쪽짜리 안경다리가 된다는데

날씨에 따라 달라지는 풍경도 궁금하다


이제는 선뜻 나서기 쉽지 않은

일본여행의 추억으로

잠시 울적한 마음을 달래 본다

사진 속 하늘처럼

맑고 푸른 하늘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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