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로하다 318 보송보송 웃어 본다

인공지능 세탁기 칭찬해

by eunring

파란 하늘 하얀 구름

눈부신 햇살을 본 지 한참 되었다

빨래는 잘 마르지 않고

기분까지 장마철 빨래처럼 눅눅하다


보일러와 약속이라도 한 듯

비슷한 시기에 세탁기도 고장이 났다

한 공간에 나란히 있던 보일러와 세탁기가

십 년 남짓 말썽 없이 사이좋게 지내다가

하나는 남고 하나가 가면

남은 하나는 쓸쓸했을 텐데

둘이 함께 동반 퇴장이라 다행이다


보일러는 콘덴싱으로

세탁기는 인공지능으로 바꾸면서

새 친구들에 대한 예의로

공부도 조금 했다


알아야 제대로 쓸 수 있고

익숙해야 아껴줄 수도 있다

요즘 전자제품들은 너무 똑똑해서

가까이 다가서기도 전에

괜히 주눅이 든다


세탁기를 바꿀 무렵에야

그동안 내가 쓰던 세탁기에도

건조 기능이 있다는 걸 알았다

요즘 같은 비의 계절에 딱 좋은 기능을

폐가전으로 내보낼 때야

비로소 알게 되었다

모르는 게 약이 아니라

모르면 불편하다


새로 들인 세탁기는 더 똑똑해서

스마트폰으로도 제어가 가능하다니

살면 살수록 재밌고

편리하고 신기한 세상이다

덩달아 스마트해지는 기분도 괜찮다


그래도 나는

인공지능 세탁기의 다양한 기능들을

다 알아서 사용하지는 않을 것이고

내가 좋아하는 표준 코스를

여전히 애용할 것이 분명하다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아도

표준 코스에 맞춰 놓으면

인공지능이 알아서 맞춤 세탁을 해 준다니

그냥 믿고 맡기면 된다

세탁기에게 똑똑하다고 칭찬해 주고

세탁 완료 멜로디가 경쾌하게 울리면

수고했다고 어루만져 주면 된다


인공지능 세탁기 똑똑해~

나보다 더 똑똑하고 부지런한

세탁기 칭찬해~!!

빨래는 세탁기에게 냅다 맡겨두고

스마트한 세상 덕분에

모처럼 보송보송 웃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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