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로하다 317 작은 거위의 꿈

오카리나의 꿈

by eunring

사람이 하나의 악기라지만

그래서 저마다 내는

마음의 소리도 다르다지만

그래도 살아가는 동안

고운 소리를 내는

악기 하나는 다루고 싶다는 생각에

오카리나를 배운 적이 있습니다


작은 거위라는 뜻 오카리나는

이탈리아 부드리오 방언으로

'오카'는 '거위'

'리나'는 '작고 귀엽다'는 뜻이랍니다


생긴 모습이

작고 귀여운 거위를 닮은 오카리나는

맑고 투명한 소리를 내는데요


오카리나 소리는 구슬프고

혼자 부는 소리보다

여럿이 함께 부는 소리가 더 좋고요

그리고 내게는 아픈 기억이

바람구멍처럼

송송 뚫려 있는 악기랍니다


한 고비 큰 아픔을 겪고 지난 후

오카리나를 배우기 시작했어요

그 무렵 동생이 많이 아팠고

나는 내가 먼저 기운 차린 후

동생이랑 재미나게 놀아줄 생각이었죠

내가 오카리나 부는 법을 배워가는 사이

오카리나 송송 뚫린 구멍 사이로

동생의 시간들은

소리도 없이 달아나고 있었습니다


오카리나를 손에서 놓은 지

오랜 시간이 지났습니다

그 시간은

동생이 별나라에서 지낸 시간과 같지만

바로 어제 같은 슬픔입니다


이별 없는 인생은 없다죠

태어나는 그 순간부터

이별은 시작된다고 하지만

별나라 세상엔 이별이 없을까요?


작은 거위를 닮은 오카리나로

'거위의 꿈'을 연주하고 싶지만

우두커니 그냥 바라만 봅니다

오카리나 악보집에 '거위의 꿈'은 없고

게다가 악기 부는 법을 그만 잊어버렸거든요


'세상은 끝이 정해진 책처럼

이미 돌이킬 수 없는 현실'이라는

노래 가사를 생각하며

오카리나를 어루만져 봅니다


오카리나 부는 법을 잊었으니

낮은 목소리로 노래라도 불러야겠어요

'그래도 우리 꿈이 있으니

차갑게 서 있는 운명이란 벽 앞에

당당히 마주설 수 있는' 거라는

거위의 꿈 노래 가사가

위로처럼 다가서는 흐린 한낮


오카리나 페스티벌이 열린다는

이탈리아 부드리오에

언젠가 한번 가보고 싶다는

작은 거위의 꿈을 꾸어봅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나를 위로하다 316 밥심으로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