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로하다 325 초록그늘 아래
마음 나들이
살림 마트에서
말린 여주를 샀다
어릴 적 여름이면 우리 집 마당에
시원한 초록 그늘을 드리우던
여주 생각이 났다
꽃을 좋아하시던 할머니가
담장 아래 빙 둘러
여주를 심으셨다
어릴 적 우리 집 담장을 타고 올라와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주던 여주는
늦여름에 노란 꽃이 피었다가
울퉁불퉁 귀여운 도깨비방망이 닮은
초록 열매가 맺혔는데 겉이 우둘투둘했다
수세미나 오이와 비슷한 듯 다른
초록 열매가 오렌지색으로 탐스럽게 익으면
담장에 가득 꽃이 핀 듯 화려했다
여주 그늘 아래 놀던 생각이 난다
초록 열매를 먹은 생각은 안 나고
그대로 익혀 황금빛 꽃처럼 눈으로 즐기며
할머니가 귀하게 여기셨다
재미 삼아 초록 열매를 베어 물면
몹시 쓴 맛이 나던 생각이 난다
할머니가 웃으시며
입에 쓴 약이 몸에는 달다고 하셨는데
이제 보니 여주가 제법 건강 열매다
혈당을 낮추는
천연 인슐린이 풍부한 여주는
입에 쓴 오이라는 뜻에서
고과라고도 부르는데
오키나와 장수식품 고야가
바로 여주 열매이다
비타민 C와 미네랄 성분이 풍부해서
피부 건강과 피로 회복에도 좋고
항산화 효과도 빵빵해서
면역력 향상에도 좋은
초록빛 건강 열매의 그늘 아래
어린 시절의 추억이 머무른다
냉장고 파먹는 냉파의 시대
추억을 파먹는 추파의 시간을
여주 덩굴 추억의 초록 그늘로
빗소리 피해 마음의 나들이를 하며
여주차의 고소함과 씁쓸함으로
비에 젖은 시름을 달래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