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로하다 329 그 순간이 그립다

에스텔의 사진을 보며

by eunring

오랜만에 빗소리 그치고

비죽 내민 햇살이 그나마 반가워서

세탁기를 돌려놓고

TV 채널 이리저리 돌리다가

스마트폰 사진을 뒤적이다 보니

지난여름 조카 에스텔이

제주도 여행 중에 보낸 사진 한 장이

그립고도 반갑다


마라도 성당 사진 속

하늘은 새파랗게 맑고 예쁘다

별나라에 살고 있는 엄마랑

함께 하고 싶은 순간을 찍어 보낸

에스텔의 귀하고 예쁜 마음이

그대로 스며 있다


엄마랑 동생들이랑

제주도 여행을 하면서

마라도까지 들렀던 생각이 난다

그때도 엄마 무릎이 아프셨지만

쉬엄쉬엄 여행이 가능했다


그때 가지 않았더라면

엄마랑 마라도 여행은 꿈속 여행이나

상상여행으로나 가능했을 것이다

세상 모든 일에는 타이밍이라는 게 분명 있다


그림처럼 예쁜 마라도 성당은

우리나라 가장 남쪽 섬 마라도 바닷가에 서 있는

귀여운 버섯처럼 생긴 공소로 비어 있지만

들어가서 잠시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다


지금보다 건강하시던 엄마랑

동생 그라시아 아네스와 함께 머무르던

그 순간이 문득 그립다

너무 일찍 별나라 여행을 떠난

동생의 빈자리가 아쉬운 순간이기도 했다

다리도 쉬고 마음도 내려놓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기도했다


다음에 에스텔과 함께 가고 싶었지만

시간을 맞추기가 쉽지 않아서

지난여름 에스텔만 다녀왔는데

잊지 않고 마라도 성당 사진을

예쁘게 찍어 보내주어서

반갑고 고마웠다


다시 가볼 수 있을까

다음엔 누구와 함께 갈 수 있을까

이제는 여행이 설렘이나 기다림이 아니라

막연한 꿈으로 느껴진다


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여행이라는 꿈을 그래도 한껏 꿈꾸면서

이 갑갑함을 잠시라도 털어내며

사진 속에 머무르던 순간의 평온함으로

어설픈 여유를 누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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