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로하다 344 울 밑에 선 봉선화
봉선화 사진을 보며
사랑하니 애처롭습니다
사랑의 눈으로 바라보니
가슴에 안겨듭니다
울 밑에 서 있는
한 포기 봉선화 사진 속
진한 핑크빛 꽃잎들이
레이스 샤랄라 파티복처럼 보입니다
금방이라도 파티에 나갈 소녀들처럼
설레는 모습입니다
그런데 애틋합니다
주룩주룩 내린 장맛비에
초록 잎새들이 몇 이파리밖에 남지 않아
꽃들이 마음 기댈 곳이 없어 보입니다
봉숭아 꽃물을 들일 때도
붉은 꽃잎만으로는 부족하고
초록 잎사귀들을 함께 해야
붉고 진한 꽃물이
손톱 끝에 머무르는데요
울 밑에 선 한 포기 봉선화는
잎이 없어 더 가냘파 보입니다
한여름 파티에 가려고 꽃단장을 했으나
손 잡고 함께 가 줄 초록잎이 없으니
애잔합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이웃집 풀포기들 덕분에
덜 외로워 보입니다
이름 모를 풀포기들이 소리도 없이
울 밑에 선 봉선화 곁에서
지켜주는 모습이 든든합니다
서로가 말은 하지 않아도
꽃잎과 풀잎이라는 연대감으로
서로를 보듬어주는 모습이 정겹습니다
가곡 속 가사는 처량하지만
울 밑에 선 봉선화는 처량하지 않습니다
담장 아래 함께 하는
다정한 이웃들이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