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로하다 350 메꽃 이야기
나팔꽃이 아니랍니다
나팔꽃인 줄 알았는데
아니랍니다 메꽃이랍니다
엄마랑 잠깐 집 앞 산책길에
연분홍 저고리에 흰 깃이 정갈한
꽃 한 송이 수줍게 피어나 있어서
나팔꽃이라고 했더니
엄마가 아니랍니다 메꽃이랍니다
엄마가 기억 속에서 끄집어내신
아침의 얼굴 나팔꽃은 부지런해서
이른 아침에 피어나지만 한낮이면 시들고요
메꽃은 늦잠꾸러기라 천천히 피어나
저녁에 꽃잎을 닫는답니다
나팔꽃은 분홍 보라 자주 하양
꽃 색깔이 다채롭고 다양하지만
메꽃은 러블리한 연분홍 하나랍니다
초록 잎사귀의 모양도 다르다는군요
나팔꽃의 초록잎은 크고 동그란 세 장의 잎이
어찌 보면 둥근 불꽃 모양이고요
메꽃의 초록잎은 길고 갸름합니다
메꽃의 메는 밥을 의미하는데
뿌리에 녹말이 들어 있어서
구황식물이기 때문이래요
메꽃 뿌리에 밀가루를 묻혀 쪄 먹으면
쌉싸름하면서도 달큼한 맛이 난다고
엄마가 어릴 적 기억을 더듬으십니다
아침 일찍 피어나 기쁜 소식을 전하는
진보라 나팔꽃 곁에서
분홍빛 메꽃이 수줍음이란 꽃말처럼
수줍수줍 웃고 있어요
비슷해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빛깔도 다르고 모양도 다르듯이
이름도 다르고 꽃말도 다릅니다
서로 달라서 저마다 예쁘고
이름이 달라서 정다웁고
쓰임이 달라서 귀하고 소중한
세상 모든 꽃 세상 모든 사람들
세상 모든 존재들이
새삼 고맙고 사랑스러워서
삶이 고되고 막막하고 애달플지라도
한 걸음 또 한 걸음 묵묵히 걸어가야지
가만히 생각해보는 산책길
비가 그치고 해님 반짝 웃어주니
그 또한 반갑고 고맙습니다
금빛 햇살 한 줌 끌어안고
연분홍 메꽃처럼 수줍게 웃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