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로하다 371 별 바람 햇살 그리고 사랑
목동이 스테파네트에게
노래는 잘 부르지 못하지만
노래 듣는 건 좋아합니다
귀가 부실해서 이어폰은
졸업한 지 이미 오래고요
볼륨을 한껏 높이고
다른 생각이 스며들 여지가 없도록
마음 가득 듣는 걸 좋아합니다
코로나 이후 집콕하며
TV와 너무 많이 친해져
채널 돌리다 지문이 닳을지도 모른다는
엉뚱한 생각을 하며 혼자 웃기도 하면서
주로 영화와 음악 프로그램을 골라가며
보고 듣습니다
영화는 집중해야 하니
혼자 보는 편이고요
음악 프로그램도 혼자 듣는 노래 다르고
누군가와 함께 듣는 노래 다르고
계절이나 그날의 날씨 그리고
그 순간의 기분에 따라 달라지는데요
엄마랑 함께일 때는
선택의 여지없이 트롯을 듣고
가족들이랑 함께는
웃으며 예능 프로그램을 봅니다
불후의 명곡 같은 음악 프로그램은
고요히 혼자 보고요
토요일 저녁
길고 긴 역대급 장마가 지나고
햇살 며칠 반짝하다가
다시 폭우가 거침없이 쏟아지는 저녁
창밖은 푸르딩딩 어둑해지며
천둥이 울려대고 번개가 흩날리는데
러블리한 연핑크 슈트 차림의 성악 어벤저스가
기품 있고 아름다운 4 중창으로
'별 바람 햇살 그리고 사랑'을 노래했습니다
빗소리와 천둥의 울림 때문에
평소보다 볼륨을 두 배로 높여야 했죠
불꽃 테너의 심지 있는 목소리로 시작하는
'눈이 부시도록 투명한 아침
싱그러운 햇살 속에'
부드러운 바람처럼 어우러지는 유연한 목소리에
하늘에 닿을 듯한 들꽃의 소리가 얹히고
부드럽고 정감 있는 낮은 목소리가
고단한 마음을 달래고 어루만지는 듯
아름다운 화음으로 모이고 쌓였습니다
서로를 아우르며 노래가 이어질 때
창밖에 쏟아지는 빗소리와 상관없이
별빛이 쏟아지다가 보석처럼 부서지고
사랑스럽게 불어오는 바람 자락 끝에
눈부신 금빛 햇살이 살랑대며 내려왔어요
노래 가사처럼
별이 되고 바람이 되었다가
햇살이 되어 서로를 감싸는 그들의 하모니는
천상의 별들을 향한 고백송이었습니다
방구석 1열에서 듣는 명품 하모니가
아름답고 웅장해서 감동적이었는데요
검푸른 밤하늘에서
우수수 별똥별들이 쏟아져 내려오는 순간
알퐁스 도데의 '별'이 생각나고
목동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고 잠이 든
스테파네트 아가씨가 생각납니다
'저 수많은 별들 중에서
가장 어여쁘고 가장 빛나는 별 하나가
그만 길을 잃고 내 어깨 위에 사뿐히 내려앉아
고이 잠들어 있노라고'
마음속으로 몇 번이나 중얼거리다가
목동이 스테파네트 아가씨를 위해
부르는 고백송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