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로하다 393 허니랜드

다큐 영화 허니랜드

by eunring

다큐 영화 '허니랜드'는

마케도니아 외딴 산골마을이 배경이다

영화의 시작은 노란 점의 움직임으로 시작한다

하나의 노란 점이 점점 진해지고 커지며

바람에 흩날리는 노랑 블라우스를 입은

주인공 아티제가 등장하고

노란 꽃이 그려진 초록색 스카프로 머리를 감싼

주인공 아티제는 가파른 산 바위틈에서

샛노란 벌집 한 조각을 조심스럽게 꺼낸다


벌과 벌집을 마주하는

그녀의 눈에서는 꿀이 뚝뚝 떨어지지만

그녀의 인생은 꿀 떨어지는 허니랜드가 아니다

몸이 아파 방 안에서 누워만 지내는

85세의 어머니와 함께 살아가는

그녀의 삶은 외롭고 적막하지만

그런대로 평온하다


잉잉대는 벌들은 그녀의 친구이고

강아지 재키와 고양이들도 그녀의 가족이다
그녀의 노랑 블라우스와 벌꿀의 노랑 빛깔이

유난히 선명한 장면들 사이로

잉잉대는 벌들과 대화를 나누듯이

무어라 소리치는 그녀의 목소리를 따라

벌들은 친구처럼 그녀 곁을 맴돈다


그녀는 자연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주어진 자신의 삶에 감사하는

따뜻한 마음을 지녔다

자연에서 얻은 것의 절반은 자기 몫이고

나머지 절반은 자연의 것이라 생각하므로

벌집을 꺼낼 때도 나머지 절반은

벌들을 위해 남겨둔다


그녀에게 달콤한 벌집을 주는

벌들에게 감사하고 소중히 여기며

욕심부리지 않고 주는 만큼 얻어

필요한 만큼 벌꿀을 내다 팔며 살아간다

설탕을 타지 않은 순수한 벌꿀은

고단하지만 순수한

그녀의 삶이고 순박한 인생이다


자신의 꿀에 대한 자부심을 가진 그녀는

적당한 값에 꿀을 팔아 염색약과 바나나도 사고

누워 있는 어머니를 위해 부채도 고른다

그녀에게 필요한 꿀은 어머니와 그녀

두 사람 몫이면 충분하다


그런 그녀의 옆집으로

아이들과 소떼를 끌고 한 가족이 이사를 오면서 적막한 그녀의 일상이 잠시 활기를 찾지만

그녀와 달리 욕심 많고 돈이 먼저인 이웃으로 인해

평온하던 그녀의 삶은 크게 흔들린다


이웃의 욕심 때문에 그녀의 벌집이 망가지고

그녀의 잔잔한 일상과 소박한 삶도 흔들린다

왜 여기를 떠나지 않느냐는

이웃집 소년의 물음에 그녀는 대답한다

너 같은 아들이 있었다면 모든 게 달라졌을 거라고


말이 통하지 않는 이웃 때문에

상심한 그녀는 어머니에게 묻는다

중매쟁이들이 왔을 때 좋은 사람 없었느냐고

지금은 기회가 있어도 떠나지 않을 거라고

어떻게 엄마를 떠나느냐는 그녀에게

자신도 함께 데려가면 된다는 엄마


벌집을 너무 일찍 열면 벌들이 스트레스를 받으니

욕심부리지 말라는 그녀의 말을 듣지 않고

이웃은 벌집을 미리 열어 망가뜨리고

그녀에게는 벌이 한 마리도 남지 않게 된다

상심한 그녀는 '엄마가 아기라면

안고 도망이라도 칠 텐데' 라고 중얼거린다


욕심 많은 이웃은 떠나고

차디찬 눈 덮인 겨울이 오고

먹을 것이 없어 흰 눈을 끓여 먹으며

그녀는 어머니에게 묻는다

봄이 오는 게 상상이 되느냐는 물음에

어머니는 봄이냐고 되물으며

겨울이 너무 길다고 덧붙이다가

하얀 눈이 쌓인 이 세상과 작별한다

어머니를 겨울 한복판 새하얀 눈 속에 묻고

그녀는 벌 한 마리 없이 혼자 남게 된다


그녀는 슬픔에 빠지고

분노하기도 하지만

포기하거나 좌절하지 않고

그녀 삶의 방식을 버리지 않는다

자연에 마음을 기대고 귀 기울이며

살아온 대로 다시 살아간다


허니랜드는 벌꿀처럼 달콤하지 않고

고단함이 응어리진 슬픔의 덩어리였지만

혼자 남은 아티제가 포기하지 않는

그녀의 삶의 방식과 따스한 마음이

바로 한 덩이의 달콤한 벌꿀이었다


첫 장면처럼 가파른 산 바위틈에서

희망과도 같은 샛노란 벌집을 한 조각 꺼내

친구와 같은 강아지 재키와 함께

달콤한 벌꿀을 사이좋게 나누어 먹는

그녀의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노랑에서 열정의 빛 빨강으로 바뀐

그녀의 스카프가 희망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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