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로하다 408 그녀의 눈동자

미술 극장의 모딜리아니

by eunring

한때 모딜리아니의 그림에 빠져 있었다

부드러우면서도 우수에 찬 눈빛을 지닌

목이 길고 어깨의 선이 가녀리게 둥그런

단순하면서도 우아한 여인들의 모습이 좋았다


이탈리아에서 태어나

파리 몽마르트르의 화가로

짧고 가난하고 병든 삶을 살았으나

운명의 연인 잔 에뷔테른의

청순하고 우아한 초상을 그리며

불꽃같은 화가의 삶을 살았던

모딜리아니의 그림에는 애수가 깃들어 있다


'큰 모자를 쓴 에뷔테른'은

그의 아내 잔을 그렸는데

눈동자가 없이 파란색의 공허하고

쓸쓸한 눈빛으로만 그려졌다


미술학도였던 잔 에뷔테른은

부모의 반대를 무릅쓰고

나이가 열네 살이나 많은

모딜리아니와 결혼하여

그의 뮤즈가 되었다


뮤즈는 그리스 신화에서

예술가에게 영감을 불어넣어 주는

신의 이름 '뮤즈'에서 유래되어

예술가의 동반자로

작품의 영감을 주는 존재를 말한다


'큰 모자를 쓴 잔 에뷔테른'에서 그는

아몬드 모양의 눈과 기다란 목

가늘고 길게 뻗은 콧날과 조그만 입

그리고 아프리카 원시 조각상을 닮은

어깨의 모습으로 사랑하는 여인의 모습을 그렸다


그에게 눈동자를 그리지 않은 이유를 묻자

당신의 영혼을 알게 되면

그때 눈동자를 그리겠다고 대답했고

그가 죽기 얼마 전 그린 '잔 에뷔테른의 초상'에는

그녀의 아름다운 눈동자가 그려져 있다


파리의 자선병원에서 모딜리아니가 죽은

바로 그다음 날 스물두 살의 잔은

만삭의 몸으로 스스로 생을 마감한다


두 사람의 애절한 사랑은 새드 앤딩이지만

천국에서도 잔은 모딜리아니의 모델이 되어

그의 영원한 뮤즈로 살아가고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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