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로하다 409 일상의 행복

일상의 행복 레시피

by eunring

아침에 눈을 뜨면

손등으로 이마를 짚어봅니다

열이 없군요 다행입니다

그래도 못 미더우면

체온계로 확인합니다

느낌보다는 숫자가 더 정확하니까요


아침을 든든히 먹고

느긋하게 커피도 한 잔 마십니다

잘 먹으며 건강하게

이 난관을 견뎌내야 하니까요

간편한 드립 커피를 쟁여두고

커피 사진을 들여다보며

집 밖 거피의 맛을 기억해 봅니다


기분 좋은 기억의 향기로

조금 부족한 집 커피의 아쉬움을

달래 보는 것도 괜찮습니다

부족함을 견딜 줄 알아야

넘치는 기쁨도 느낄 수 있으니까요


건강이 망가져 병원에 입원했을 때

이런저런 복잡한 검사 일정으로

일주일 넘게 금식을 했던 생각이 납니다

물론 수액은 맞았으니 배고픈 줄은 몰랐지만

물 한 모금이 몹시도 그립고 아쉬웠죠


살다 살다 생수 한 모금과

따뜻한 밥 한 숟가락을

그토록 간절히 그리워하게 될 줄은

미처 몰랐습니다


시원한 물 한 모금과

따뜻한 밥 한 숟가락이 그리웠던 그때

커피 생각도 했을까요?

기억은 안 나지만

물도 못 마시는 처지에 커피는 사치라

생각할 엄두도 내지 못했겠죠

퇴원하면서 조심스럽게 묻기는 했습니다

커피는 마셔도 되냐고

언제부터 마실 수 있냐고요


금식 후 처음 마시는 생수 한 모금은

달고 맛있었습니다

죽도 아니고 밥은 더욱 아닌

멀건 미음 한 숟가락이 신세계였고요


그때 생각했어요

금식 후 첫 물 한 모금의 단맛을

오래 기억하며 건강하게 살자고

미음 한 숟가락의 따스함을 잊지 말자고

다짐 아닌 다짐을 했었는데요


지나고 나면 흐려지는 것이 기억이고

시간이 갈수록 연해지는 것이

다짐이고 맹세이니

마음이 적당히 변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그래도 건강한 마음으로

건강한 일상을 보내는 것이

돌아보면 기적과도 같은

일상의 행복임을

잊지 않고 기억합니다


그 시절의 아픔이 있어

단단해진 마음으로 이 순간을 견딜 수 있으니

작고 소소한 것에 감사하는 마음을

앞으로도 잊지 않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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