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로하다 389 커피 사랑

사랑하기 때문에

by eunring

내가 좋아해서 가끔 머무르던

잔잔히 햇살 스며드는 구석 자리는

이제 텅 비어 있을 것이다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이라고

굳이 말하지 않겠다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에 쫓기고

휘둘리는 것이 영 마땅치 않다

집에 머무른다고 자유로운 내 영혼이

집에 묶이는 것은 아니니 아쉬울 것도 없다


마음은 나풀나풀 어디든 날아갈 수 있으니

집콕이 뭐 그리 불편한 것도 아니고

집콕의 여유를 누리는 것도

그 나름 괜찮다


동네 한 바퀴 산책하다가

잠시 그 자리에 들러

환한 햇살 받아 안으며

습관처럼 아메리카노를 마시거나

라떼아트가 예쁘고 우유맛이 고소해서

어쩌다 카페라떼를 마시거나

가끔 시원 달콤한 아이스크림을 먹던

그 구석자리는 텅 비게 될 것이다

잠시 동안 아무도 앉지 않을 것이다

의자들에게도 며칠 휴가를 주자

여유로운 쉼의 시간을 주기로 하자


코로나와 함께 하는 불편한 일상 속에서

내가 좋아하는 카페의 구석 자리는

비어 있어도 눈으로만 바라보며

비대면 오더와 테이크아웃으로

한 잔의 커피를 만나곤 했는데

이제는 그것도 며칠 쉬어보려 한다


테이크아웃으로 마시던 커피를

잠시 집 커피로 바꾸려 한다

맛있는 커피는 남이 내려주는 커피라고

마스크 쓰고 사 오던 커피를

며칠 쉬고 내손내린

내 손으로 내가 내린 커피를

호로록 마셔야겠다


왜냐고? 사랑할수록 매이면 안 되니까

커피를 사랑하지만 그렇다고

커피 없인 못 산다며 징징대고 싶지는 않다

사랑은 서로를 자유롭게 하는 것이니

나도 가끔은 커피로부터 자유롭고 싶다


사랑하므로 가끔은

그리워하는 시간도 필요하고

사랑하기 때문에

서로에게 매이지 않는 연습도 필요하고

사랑하면 할수록 서로의 빈자리를

견딜 줄도 알아야 하는 것이 아닐까


빈자리에 스미는

아쉬움의 깊이만큼

사랑도 깊어지는 것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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