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라볼 때마다
습관처럼 웃어주던 호접란 꽃송이가
똑 떨어져 화분의 흙 위에 앉아
곱게 웃고 있어요
이렇게 꽃과도 이별을 합니다
흔한 이별이지만
그동안 바라보며 나누던
정 한 줌이 문득 애틋해집니다
격하게 불어오는 바람도
머무르지 않고 지나갑니다
재밌는 순간도 지나고 보면 금방이고
아픔의 기억도 슬며시 무뎌지는 순간이 있고
열정적인 사랑도 하염없이 지속되지는 않으며
그리운 마음도 잦아드는 때가 있습니다
파란 하늘에 걸린 무지개가 붙박이라면
한두 번 쳐다보다 말 것이고
고운 꽃이 시들지 않고 머무르면
향기마저 습관처럼 익숙해져
새삼 들여다보지 않을 거예요
집 커피 한 잔을 앞에 두고
잠깐의 휴식에 젖으며
부질없이 생각하고
하염없이 머무르는 한낮
창밖에서 불어대는 바람은
이대로 머무르겠다고
바락바락 아우성을 쳐대며
옷소매 거칠게 펄럭펄럭 흩날리고
긴 머리를 풀어헤치며 소란스럽지만
금빛 햇살에 밀려 금세 창가를 떠나
어디론가 불어갈 테죠
바람이 떠나가듯
꽃잎이 시들어가듯
구름이 머물다 흘러가듯
흔한 이별을 하며 살아가는 나날들
익숙한 모든 것에 감사하며
떠나는 것들과도 포근히 이별하고
낯설게 다가오는 시간들도
두 손 내밀어 반갑게 맞이해야겠어요
꽃송이 떨어지는 흔한 이별마저도
마음 여미며 문득 돌아보게 되는
가을의 시작입니다